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8.06 05:00 ㅣ 수정 : 2024.08.06 05:00
롯데이노베이트 '칼리버스' 8월 말 글로벌 무대에 전격 공개 앞둬 롯데그룹, 메타버스 등 4가지 신성장 테마를 설정해 집중적으로 육성 롯데그룹 산하 유통채널과 LVMH그룹 패션 브랜드 공동마케팅도 추진 메타버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국내 주춤세...해외시장 공략에 승부의 관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가 가상현실(VR)·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전문회사 '칼리버스'를 2021년 인수하고 서비스 개발에 착수해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 진출한 지 올해 3년을 맞는다.
칼리버스는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이 올해 중점을 둔 △바이오앤웰니스(바이오의약품 경쟁력 강화) △모빌리티(이동수단·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메타버스) 등 4가지 신(新)성장 테마 가운데 하나다.
특히 롯데그룹은 AI(인공지능)를 그룹 계열사 사업 인프라에 접목해 산업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AI를 혁신 관점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 달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주문도 AI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대목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이 AI혁신을 일궈내기 위한 단계인 칼리버스도 그룹 차원에서 역점을 두는 유망 사업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칼리버스가 이달 말 세계 무대에 전격 모습을 드러내 이에 대한 해외 평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2’에서 첫선을 보인 칼리버스는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신개념 메타버스로 당시 전 세계 이목을 모았다.
이후 롯데이노베이트는 2023년, 2024년 열린 CES에서도 업데이트된 기술을 갖춘 칼리버스를 내놔 기대감을 높였다.
칼리버스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등을 극사실적인 비주얼과 독창적인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3D(3차원) 아바타의 키, 체형, 눈 크기, 미간, 코 높이 등 개인 취향에 따라 설정할 수 있는 '아바타 커스터마이징'을 비롯해 건물에 반사되는 빛까지 묘사하는 등 콘텐츠를 꼼꼼하게 갖췄다.
실제 인물 모습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라이브 메타버스 기술’은 향후 쇼핑, 콘서트, 팬미팅, 교육, 면접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품의 가려진 부분도 AI를 활용해 자동 생성하는 ‘AI 모바일 스캐닝 기술’은 사용자가 자신 제품을 촬영해 가상 공간에 나만의 디지털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기존 메타버스는 비주얼이 부족하거나 비주얼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라며 “칼리버스는 빛반사 등을 실감 있게 표현한 그래픽과 게임,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유저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여러 산업 간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예를 들어 롯데그룹 산하 소매업체 코리아세븐과 가전판매업체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 등 여러 유통 채널을 비롯해 글로벌 명품 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지방시, 프레시, 메이크업포에버와 MCM, 록시땅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참여할 예정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글로벌 전면 오프닝을 앞두고 국내외를 넘나들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롯데이노베이트는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세계적인 EDM(전자댄스음악) 페스티벌이자 독점 파트너사 ‘투모로우랜드’와 ‘EDM 라이브 스테이지’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PC는 물론 VR디바이스, 3D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다양한 첨단 기기를 전시했으며 인물과 3D그래픽 공간을 실시간 합성하는 신기술도 뽐냈다.
또한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 6월 ‘2024 메타버스 엑스포’에 참가해 초대형 3D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을 통해 칼리버스의 다양한 콘텐츠를 내놨다.
이와 함께 같은 달 공영방송사 MBC와 'K-콘텐츠' 활성화 및 전문성을 강화하고 K-문화 발전과 글로벌 시장에 기여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다라 롯데이노베이트는 향후 MBC가 보유하고 있는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다양한 K-POP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이번달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라쿠텐그룹의 최대 체험이벤트 ‘라쿠텐 옵티미즘 2024’에 참여한 롯데이노베이트는 라쿠텐월렛과 웹3(Web3, 이하 웹3) 및 메타버스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웹3는 탈(脫)중앙화 차세대 인터넷 기술이다. 메타버스도 웹3의 한 종류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라쿠텐월렛은 웹3를 신(新)사업으로 주목하고 2023년부터 사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며 "칼리버스가 구현하는 가상공간에서 쇼핑, K-팝과 EDM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각종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 기술이 매력적으로 여겨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롯데이노베이트가 칼리버스 개발에 주력해온 지난 3년간 메타버스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급부상한 메타버스는 코로나 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에 접어들어 시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메타버스 시장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예를 들어 KT는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기관 등을 위해 2022년 12월 출시한 B2B(기업 간 거래) 맞춤형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운지’가 기대만큼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해 출시 1년 반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KT는 또 AI를 활용해 가상공간에 현실 세계 건물이나 인프라를 그대로 이식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앞세운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 베타버전 서비스도 역시 접었다.
LG유플러스는 기업용 메타버스 ‘메타슬랩(Metaslap)'을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LG유플러스는 메타슬랩 시연회를 열어 “B2B 서비스로 1인당 요금을 받는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아니면 공간 임대 개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등 여러 수익형 모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연내 출시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게임업계에도 메타버스가 사실상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넷마블에프엔씨는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전직원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개발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프로젝트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컴투스 메타버스 자회사 ‘컴투버스’의 서비스, 카카오의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도 ‘퍼퍼레드M’ 서비스를 종료했다.
메타버스 시장 초기에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모두 메타버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제는 AI에 방점을 두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추세다. 이와 같은 국내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칼리버스의 진출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다만 메타버스는 해외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네이버 메타버스 ‘제페토’는 코로나19 엔데믹에도 2023년 최대 MAU(30일 동안 앱을 사용하는 순(純)유저 수)가 약 2500만명을 기록했다. MAU는 2022년 8월 2000만명을 넘어선 이후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가 위기를 겪는 동안 네이버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미국, 일본, 태국 등 글로벌 시장 덕분이다. 지난해 제페토 MAU 가운데 국내 비중은 110만~120만명에 그친 반면 나머지 MAU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메타버스 시장 흐름이 국내와 해외간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롯데이노베이트는 구체적인 전략 방향에 대해 ‘원트랙’을 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8월 공개는 전 세계 유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오픈으로 해외와 국내 전략에 차별점을 두지 않고 원트랙으로 갈 예정”이라며 “아직 오픈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략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