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호황 제동...인뱅들 ‘개인사업자 모시기’ 본격화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가 강해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 그동안 수익·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주력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신 개인사업자 대출로 눈을 돌려 전체적인 여신 성장을 꾀하는 분위기다. 다만 대출 수요자인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의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카카오·토스뱅크의 올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조8966억원으로 전년 말(3조6748억) 대비 2218억원(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말(2조3373억원)과 비교하면 1조5593억원(66.7%) 급증한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말과 올 1분기 말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증감을 보면 케이뱅크가 9751억원에서 1조491억원으로 740억원(7.6%) 증가했고, 카카오뱅크는 9495억원에서 1조1481억원으로 1986억원(20.9%) 늘었다. 토스뱅크의 경우 이 기간 1조7502억원에서 1조6994억원으로 508억원(2.9%) 줄었지만, 총 잔액은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여신 전략도 수정되는 분위기다. 특히 그동안 우량 자산 확보에 기여한 주담대 영업은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신용대출로만 여신 성장을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개인사업자 대출 공략으로 성장 둔화 우려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관계자는 “주담대는 건당 단위가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 주문에 맞춰 전 은행권이 함께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라 앞으로 주담대는 크게 늘려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카카오뱅크의 올 2분기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12조4000억원으로 1분기 말(11조8000억원) 대비 6000억원(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말(9조1000억원)에서 올 1분기 말 2조7000억원(30.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부터 다주택자 제한과 최대 기간 조정 등 주담대 관리 강화에 돌입한 만큼 당분간 둔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약 454조1000억원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큰 시장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꾸준한 자금 수요로 대출 취급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대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당국 정책과 역행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운 분야다.
케이뱅크는 최근 금융권 최초로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하면서 최저 연 3%대 금리를 제시했다. 케이뱅크는 이미 ‘사장님 보증서대출’과 ‘사장님 신용대출’ 상품을 운용 중이었는데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는 평가다.
토스뱅크도 지난달 개인사업자 고객이 신용보증기금 보증 대출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지원(Easy-One) 보증대출’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개인사업자 대상 신규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공격적인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가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금리 장기화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건 소상공인·자영업자 업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결과적으로 상환 능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케이·카카오·토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553억원으로 전년동기(110억원) 대비 5배 증가했다. NPL은 3개월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진 부실채권을 뜻한다. 총여신에서 NPL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나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로 상환 능력 평가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신용도 기준의 줄 세우기식 대출 실행 대신, 각종 데이터에 기반한 상환력 평가로 우량 차주 발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우 고객 수와 매출 규모 파악이 관건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 파악을 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업종별 특화 신용평가모형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음식점의 경우 점심, 저녁 매출 현황이나 일, 주, 월 단위 매출 데이터를 뽑아가면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