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HD현대미포 김형관 호(號), 161조원 탱커선 시장 공략 위해 '가속페달'
HD현대미포, '2007년 수퍼사이클' 뛰어넘는 수주 기대감 커
선령 노후화로 중형 탱커선 수주 급증세 이어질 전망
PC선 비중 확대와 공정 효율 정상화가 실적 개선 가속화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중형 선박 전문 건조업체 HD현대미포(옛 현대미포조선·대표 김형관·사진)의 신(新)조선 수주 기대감이 과거 수퍼사이클(초호황) 시기였던 2007~2008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옛 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이기도 한 HD현대미포은 올해 7월 말 기준 신규 수주 금액이 46억900만달러(약 6조20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 36억4800만달러(약 4조9000억원)와 비교해 약 26.5% 늘어난 것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미포 수주 실적이 두드러진 것은 글로벌 중형 선박 가동수명(선령)이 15년을 넘어 새로운 선박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에서 신조선 발주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선박은 선사의 운용을 효율화하고 선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15~20년 주기로 교체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은 글로벌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이다. 그러나 선박과 선원의 안전은 물론 선박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많은 선사들이 대규모 중형 선박을 발주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중형 선박업계 강자' HD현대미포가 신규 수주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미포는 올해 6월 기준 전세계 중형 탱커선 시장에서 수주 점유율이 31.7%를 차지해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압도적 역량을 뽐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형 선박 신규 수주 급증...161조원 시장 활짝 열린다
과거 선박업계 수퍼사이클 시기인 2007년을 뒤돌아보면 당시 HD현대미포는 중형 선박 총 103척을 수주해 64억7800만달러(약 8조6800억원) 먹거리를 확보했다.
올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HD현대미포는 올해 7월 말 기준 중형 탱커선 61척을 수주했으며 수주금액은 46억900만달러(약 6조2037억원)에 이른다. 탱커선은 원유를 비롯해 LNG(액화천연가스), LPG(액화석유가스) 등 액화 에너지를 운반하는 선박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미포 월평균 수주 금액이 6억5900만달러(약 8800억원) 인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남은 기간 신조선 수주를 이어가면 2007년 물량을 능가하는 성과를 일궈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선령이 15년 이상인 선박이 이른 시일 내에 다수 발주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중형 탱커선에는 재화중량 △1만5000~4만5000t 급 탱커선 '핸디(Handy) 탱커선' △8만~9만5000t 급 '아프라막스(Aframax) 탱커선' 등이 포함된다.
DS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핸디 탱커선 발주 물량은 1912척에 이르며 척당 선박 가격이 약 67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약 128조원 잠재 시장이 열려 있다.
또한 아프라막스 탱커선 발주 물량은 374척이 예상되며 한 척당 가격이 약 900억원이 넘어 시장 규모가 총 33조66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핸디 및 아프라막스 탱커선 총 잠재 발주 규모는 161조원이 넘는다.
게다가 전세계에서 운용되는 핸디 탱커선 가운데 △선령 15년 이상인 선박 수는 총 2459척에 이르며 △20년 이상 985척 △25년 이상 331척이다.
아프라막스 탱커선은 △선령 15년 이상 589척 △20년 이상 259척 △25년 이상 43척에 이른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미포가 수주할 수 있는 핸디 탱커선과 아프라막스 탱커선은 과거 초호황기(수퍼사이클) 시기 물량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며 “중국 최대 조선소 후동중화조선(Hudong Zhonghua)이 1년 동안 건조·인도할 수 있는 중형 선박 물량이 20척이기 때문에 글로벌 조선소의 빈 도크(선박 건조 공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형모 연구원은 “중형 탱커선 건조 계약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조선소가 가격 협상능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전세계적으로 중형 선박에 대한 발주가 본격화하면 HD현대미포가 이에 대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형 탱커선 가격은 지난 2020년 기준 척당 약 3400만달러(약 450억원)를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 5000만달러(670억원)를 웃돌고 있다.
이는 전세계 조선소 빈 도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넉넉한 선박 건조 공간이 부족할수록 조선사가 제시하는 건조 계약 가격은 높아져 선사들의 협상력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HD현대미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HD현대미포는 중형 탱커 시장점유율 31.7%로 세계 정상의 저력을 갖추고 있다"며 "향후 탱커선 등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면 가장 이익을 보는 업체는 선두기업이라는 점을 따져보면 HD현대미포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PC선 비중 확대 및 공정 안정화로 실적 개선 급물살 탈 듯
HD현대미포 관계자는 “PC선(핸디막스 급 탱커선) 매출 비중 증가와 공정 안정화 덕분에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74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HD현대미포는 올해 초 뉴질랜드 선사 키위레일와의 로팍스(여객화물 겸용선) 건조 계약이 취소된 데 이어 컨테이너선 수주도 부진했다”며 “이에 따라 HD현대미포는 PC선 건조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승한 연구원은 “HD현대미포는 애초에 PC선 건조에 특화돼 있는 기업”이라며 “이와 함께 선박 건조에 필요한 후판 비용이 낮게 유지되고 있어 기업으로서는 마진을 남길 여지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을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각종 원자재 가격 통계를 제공하는 'e-나라지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인 2022년 상반기 후판 가격은 t당 2067달러를 기록했다.
후판 가격은 이후 △2022년 하반기 1850달러 △2023년 상반기 1638달러 △2023년 하반기 1566달러로 점점 낮아졌으며 이 같은 가격 하락기조는 올해도 유지되는 분위기다.
HD현대미포 관계자는 “선박 공정 안정화 덕택에 안정적인 실적 상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미포는 지난해 말 선종(선박 종류)을 막론하고 총 15척에 이르는 선박 인도가 4개월 정도 지연됐다”며 “이는 조선업 인력난, 기자재 업체 공급망 악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인력난 문제는 해외 전문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대부분 해결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기자재 공급망 악화에 따른 건조 지연 문제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여 현재는 정상화 됐다.
SK증권은 이 같은 기조를 반영해 HD현대미포가 △올해 매출 4조28900억원, 영업이익 310억원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하고 △2025년 매출 4조9190억원, 영업이익 2560억원 △2026년 매출 5조3720억원, 영업이익 42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