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이어 신용대출 규제…가계 빚 잡힐까
신한‧KB국민은행, 신용대출 연 소득 100% 이내 제한
전문가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될 것…실거주자 대출 피해는 우려”
금융감독원, 10일 은행장 간담회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속에 주담대가 막힌 이들이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신용대출이 매일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나자 은행권이 이번엔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전방위적 규제 속에 솟구치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풀 꺾여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추가 대출 규제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하루 평균 952억원씩 불어났다. 지난달 하루 평균 신용대출 증가액 274억원과 비교해 증가 속도가 약 4배 빨라진 것이다.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9321억원으로 지난달 말(103조4562억원)보다 4759억원 늘었다. 영업일 기준 나흘 만에 지난달 증가액 8495억원의 절반을 넘겼다.
은행들의 주담대 규제 조치에 더해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돼 대출 한도가 깎이자 주택 구입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간 것이다.
가계부채 조절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은행권은 신용대출 문턱도 높였다. 기존 연소득의 최대 150%까지 가능한 신용대출 한도를 100% 수준으로 축소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10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한다. 오는 13일부터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최고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 KB국민은행도 지난 9일부터 연 소득 100% 이내 신용대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이라고 불리는 한도 대출을 신규로 내어주는 것을 제한하거나 한도를 줄이고 있다.
아직 별도의 조치를 내놓지 않은 은행들도 연일 대출 증가 추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제어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신용대출도 조이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고강도 관리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6조8507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4865억원 늘어났다. 하루 평균 약 3000억원씩 증가한 것인데, 8월 하루 평균 증가폭 4584억원과 대비해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다만 시중은행의 대출 제한에 따른 2금융권으로의 풍선 효과 등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무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된 경우, 청약을 포기하게 되면 최대 10년 동안 청약 재당첨이 어렵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신용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만약 제1금융권이 대출을 규제하면 제2금융권으로 가게 되고, 여기서도 규제를 받으면 금리가 높은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로 실수요자들이 심각한 이자 상환 부담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고금리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차주들이 늘어나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면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우리나라 경제 위기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정책”이라며 “차주들은 본인이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데, 예측하지 못한 정책들이 급박하게 나오면 결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은행장들과 만나 실소유자 보호와 가계부채 조절 두 가지를 동시에 잡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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