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연봉 1억’ 은행원들 다음 주 총파업…“출근 30분 늦춰달라”
총파업 핵심 요구안 ‘출근 시간 30분 연장‧주 4.5일 근무’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근로 시간 단축과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나선다. 오전 9시 출근 근무제로는 ‘가족과 아침밥을 함께 먹을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조의 요구는 실현되기 어렵고,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만 커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오는 2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10만 금융노동자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총파업에 앞서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삭발을 단행하면서 이번 임단투(임금‧단체협상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안은 영업 시작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 30분으로 30분 늦춰달라는 내용이다. 슬로건은 ‘아이들과 아침밥을’로 내걸었다. 이른 출근 시간 탓에 아이들과 아침밥을 먹을 시간도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근로계약서상 근로 시간이 9시부터인데도 은행원들은 항상 8시 30분 이전에 출근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9시에 영업을 개시하기 위해선 그보다 일찍 출근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4.5일제 근무’도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 중 하나다.
금융노조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주 36시간 4.5일제 근무를 요구한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에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지방 소멸 위기도 해결 가능하다는 논리다.
노조의 요구안은 결국 근무 시간을 축소하는 방향인데, 사측의 행보는 그렇지 않다.
은행권은 고객이 많이 찾는 점심시간에 개인 창구 모든 직원이 일하는 ‘점심시간 집중근무제’를 확대 시행하고, 은행 마감 시간을 저녁까지 연장하는 등 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대면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이달부터 ‘점심시간 집중근무제’ 영업점을 50곳으로 늘렸다. 또 영업점 운영 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연장한 특화 지점인 ‘9To6(나인 투 식스) 뱅크’를 지난해부터 전국 82곳으로 확대했다.
국민은행의 고객 조사 결과, ‘나인 투 식스 뱅크’는 특히 20~30대에게 호응이 뜨겁다. ‘나인 투 식스 뱅크’ 지속 운영 필요성에 관한 설문에서 2030 고객은 전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전체 이용 고객의 90% 이상이 ‘재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도 동성로 지점을 영업시간 연장 특화점포로 운영하고 있다. 동성로 지점은 저녁 7시까지 운영 중이다.
iM뱅크 관계자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 수요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점포를 운영하기 위해 시작했다”며 “야간 운영 시작 전월과 비교해 거래량이 4.4% 증가했고, 그 중 예금과 대출 등 주요거래는 18.6%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운영 시간을 연장한 점포의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금융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또 평균 연봉 1억원을 넘는 은행원들이 근무 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건 곱게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아침 이른 시간부터 은행을 찾는 고객 비중이 적고 비대면 서비스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출근 시간을 30분 늦추는 방안에는 찬성하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해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연봉은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평균 급여는 6050만원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 5400만원, 현대자동차 4200만원 등 주요 대기업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특히 은행권은 높은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 임직원들도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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