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⑥] 항공사, 여성 직원 비중 큰 객실부문 중심 女 임원 배출…점진적 비율 확대 ‘기대’
국내 항공업계 역사상 여성 CEO 없어…임원 비중도 크지 않아
주요 항공사 5곳 임원 180명 중 여성 8명에 머물러…4.4% 수준
여성 직원이 더 많은 객실 관련 부서에서 여성 임원 발탁 늘어나
“업계 성별은 물론 구성원 간 차별 없는 인사 원칙 운영 위해 노력”
견고하고 단단한 한국의 유리천장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여성 비율은 2019년 3.5%에서 지난해 6%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면서 기업 내 여성의 기여도와 역할이 신장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업별, 업종별 수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껍고 단단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여성임원 현황과 실태를 점검해 보는 ‘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올해 초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국적기 항공사 ‘JAL(일본항공)’에서 설립 이래 최초로 승무원 출신 여성 신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며 화제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전체 146개국 가운데 118위를 기록한 최하위권 국가인 만큼 JAL의 첫 여성 사장 선임은 관행을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파다했다.
동일 보고서에서 한국은 94위를 기록하며 일본 보다 15단계 앞섰다.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 역사상 여성 CEO는 전무할 뿐더라, 여성 임원조차도 드문 게 현실이다.
■ 국내 주요 5대 항공사 임원 여성 비율 4%대…0명인 곳도 있어
24일 <뉴스투데이>가 반기보고서 기준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 등 국내 주요 항공사 5곳의 임원(미등기 포함) 180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4.4%(8명)로 조사됐다.
항공사별로 살펴보면 대한항공 85명 중 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들 중 3명은 미등기 임원 1명은 사외이사다. 최근 3년간 사업보고서(작성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2021년 5명 △2022년 4명 △2023년 3명으로 매년 1명씩 줄어들며 잠시 후퇴하는 듯하다 올해 다시 회복하는 흐름이다.
대한항공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아시아나항공은 43명 중 2명으로 1명은 사내이사, 1명은 미등기 임원이다. 아시아나는 △2021년 1명 △2022년 1명 △2023년 2명으로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줄어들지는 않고 있는 양상이다.
공동 3위를 기록한 제주항공은 16명 중 1명, 티웨이항공은 23명 중 1명이다. 양사 모두 △2021년 0명 △2022년 0명 △2023년 1명으로 지난해부터 1명을 유지하고 있다.
끝으로 진에어는 13명의 임원이 있으나 이들 중 여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물론이고 최근 3년간 단 1명의 여성 임원도 없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팀장, 차장, 부장 등에서 관리자급의 여성 비중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상무, 전무 등 임원 발령 사례는 형식적으로 1~2명 정도 사례만 있을 뿐 아직은 드물다”며 “업계에 여성의 임원 승진이 제한적인 문화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 女 비중 높은 객실부문 여성 임원 증가세…업계 확대 노력 지속 중
일각에는 항공사 ‘여초기업(여성 직원 비율이 더 높은 회사)’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타 산업군 대비 여성 임원의 비율이 높을 것이란 인식도 있다.
하지만 객실승무원에 한에서만 여성 직원 비중이 클 뿐, 전체 임직원 기준 차이가 크지 않거나 오히려 남성 직원 비중이 앞선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실제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항공사별 남·여 임직원 수는 △대한항공 9234명·8091명 △아시아나항공 3720명·4162명 △제주항공 1639명·1507명 △티웨이항공 1638명·1881명 △진에어 1154명·1059명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에서 여성 직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긴 하지만 5개 항공사의 전체 남녀 임직원 수는 각각 1만7385명과 1만6700명으로 오히려 남성이 앞서 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항공사의 주요 직무는 기장(조종사), 정비사, 객실승무원, 여객·화물 지상직 등으로 구분된다”며 “직무별 남녀 성비는 기장 9:1, 정비사 9:1, 여객·화물 지상직 6:4 또는 7:3 정도이며 객실승무원만 1:9다”라고 설명했다.
남성 직원이 많은 직무에서는 남성이 임원에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업계는 여성 직원 비중이 높은 객실 관련 조직에서는 여성 임원이 선임되는 추세라고 말한다. 실제 아시아나,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의 미등기 임원은 모두 객실본부와 관련된 직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에서 몸담은 이력이 있는 이 교수 역시 타 산업 대비 항공업계에서의 임원 진출 기회는 유연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일례로 여성의 임원 진출에 있어 가장 높은 진입장벽으로 평가되는 육아·출산 지원에 있어 항공업계의 제도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의견이다.
이 교수는 “항공사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육아·출산 휴직 사용을 장려하는 분위기이고, 일부 항공사는 필요에 따라 휴직을 하더라도 3년까지 기존 직무를 유지할 수 있다”며 “육아·출산 또는 남녀차별이 여성이 임원 승진의 방해요소라는 판단은 항공업계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임원 비율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향후 여성 임직원 비율 증가와 더불어 ESG경영 추구를 통해 여성 임원 비율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2020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공동캠페인 ‘IATA 25 by 2025’에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IATA 25 by 2025는 2025년까지 여성 임원 비중을 25%로 늘리거나, 가입연도 대비 25% 이상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이 같은 캠페인 참여는 대한항공의 여성 임원 확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서) 성별은 물론 구성원 간 차별 없는 인사 원칙을 운영하고 있다”며 “해당 원칙아래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및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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