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전기차 '캐즘' 맞서 '건식 공정' 박차

금교영 기자 입력 : 2024.10.02 05:00 ㅣ 수정 : 2024.10.02 05:00

삼성SDI, 최초로 건식 공정 파일럿 라인에서 시험 생산
LG에너지솔루션, 2028년 상용화…하반기 오창에 라인 조성 계획
SK온, 지난 7월 미국 배터리 업체 '사쿠'와 손잡고 공동개발계약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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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최윤호 삼성SDI 대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이석희 SK온 대표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 업체가 건식 공정 개발 및 상용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식 공정은 기존 습식 공정과 비교해 제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해 향후 펼쳐질 글로벌 배터리 전쟁에서 국내 빅3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식 공정은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에서 활물질을 고체 파우더로 만들어 금속 극판에 코딩하는 방식이다. 이 공정은 현재 대부분 배터리 기업이 만드는 습식 공정에 비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이른바 '꿈의 공정'으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기존 습식 공정은 활물질에 유기 용매를 섞어 액체 상태 슬러리(slurry·유동성을 가진 액체와 고체의 혼합물)로 만든 후 이를 극판에 코팅한다"며 "이 공정은 고열로 극판을 건조해 용매를 회수하는 시스템 설비를 갖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건식 공정은 이와 같은 절차가 필요없어 설비 투자와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또한 건조 과정이 없어 배터리 생산 속도와 효율도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식 공정은 기존 배터리 업계 판도를 바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건식 공정을 도입하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가격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건식 공정 제조비용을 습식 공정과 비교해 17~3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건식 공정은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활물질(전기에너지를 만드는 활성 물질)과 도전재(전자 전도 물질), 바인더(결착재) 혼합물이 고체 형태이기 때문에 전극을 두껍게 만들기가 쉽다. 

 

에너지 밀도는 보통 전극이 두꺼울수록 높아지는데 습식 공정은 액체 상태 슬러리 특성상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이처럼 건식 공정의 유망성을 보고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업체가 삼성 SDI다.

 

삼성SDI는 최근 충청남도 천안에 '드라이 EV'라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 건식 공정 파일럿 라인(시범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다만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는 것 외에 아직 구체적인 규모나 상용화 시기 등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질세라 LG에너지솔루션은 상용화 일정을 먼저 밝히고 파일럿 라인 구축을 준비중이다.  이 업체는 올해 하반기 내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잡았다. 

 

SK온은 지난 7월 미국 배터리 제조·장비업체 사쿠(Sakuu)와 공동개발계약(JDV)을 맺고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SK온은 자체 보유한 셀 양산 기술에 사쿠의 건식 공정 노하우를 합쳐 최적화된 건식 공정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는 중국 기업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고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건식 공정을 활용해 배터리를 대량 양산하는 데 성공하면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에 맞불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건식 공정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상용화까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그 예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 202년 4680 배터리에 건식 공정을 적용해 배터리 제조 비용을 50% 절감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러나 건식 공정의 최대 장점은 원가 절감 효과”라며 “중국업체와의 경쟁에서 우리 배터리 업체들이 우위에 점할 수 있는 건식 공정 기술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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