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변혁 닻 올린 KT 김영섭 호(號), 'AICT 컴퍼니' 향한 거센 파도 헤쳐나간다
KT 노사 ‘자회사 전출’ 잠정 합의...전출 신청과 희망퇴직 본격화
AICT 전문기업으로 가는 경영행보...美 MS와 5년간 공동사업 추진
기술 첨단화에 2조4000억원 투자...AICT 서비스 제공하는 선도기업 목표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KT(대표 김영섭·사진)가 노조와 인력 재배치를 통한 경영효율화에 합의해 'AICT(인공지능+통신기술) 컴퍼니' 로 탈바꿈하는 야심찬 사업 청사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조와의 합의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영섭 대표가 이끄는 KT가 AI(인공지능) 혁명으로 불거진 기술 첨단화의 거센 파도를 돌파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인력 구조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노사 간 협의를 완료하고 특별 희망 퇴직에 최종 합의했다.
이에 앞서 KT는 지난 15일 ‘KT 현장 인력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네트워크 운용·관리를 전담하는 자회사 신설과 일부 업무 이관의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구성원을 상대로 전출 신청 또는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규모는 전체 구성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5700명 수준이다.
회사 발표 이후 KT 노동조합은 조직개편안에 반발해 지난 2014년 구조조정 이후 10년 만에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KT 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KT 광화문 사옥 인근에서 사측 조직개편을 규탄하는 ‘조합간부 총합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중앙본부를 포함해 전국 235개 지부의 노조 간부 300여 명이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배정 KT 노조 조직기획국장은 “사측에서 지난 8일 현장 인력구조 개편안을 조합 측으로 가져왔다”며 “영업이익 1조2000억원 흑자를 낸 기업에서 노조에 통보한다는 게 있을 법한 이야기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노조가 강경하게 나서자 사측과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였지만 하루만에 극적 타결됐다.
■ 극적 타결한 KT, AICT 사업 고도화· 재무건전성 제고 '두 토끼' 잡나
KT는 이번 조직개편을 인력구조 혁신 효율화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일부 직무를 재배치해 유연하고 신속한 업무 수행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직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합리적 수준의 처우 및 보상과 함께 고용 연장 기회까지 주어지도록 하는 새로운 인력 구조 혁신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업계는 이번 KT 조직 개편이 ‘AICT 전문기업’으로 가는 행보라고 풀이한다.
이에 앞서 KT는 글로벌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맺고 향후 5년간 AI·클라우드·IT(정보기술)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 및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T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X(인공지능 전환) 전문기업 설립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필요한 투자금 규모는 약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영섭 대표는 “MS는 오랫동안 다양한 분야의 많은 기업과 협력해 성공한 경험이 많으며 기업 조직과 경영 체계를 가장 잘 이해한다”며 “MS와의 협력으로 최고의 AI·클라우드 역량을 갖추면 KT는 대한민국 기업·개인 고객에게 가장 빠르고 안전한 맞춤형 A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도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KT의 AICT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기존 통신사업의 인력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자회사 전출에 따른 지원금, 촉탁직 근무 기간 연장 등을 보상하기로 했지만 결국 인력을 줄이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KT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재무건정성도 나아질 것으로 보여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의 종업원 급여는 △2021년 4조2158억원 △2022년 4조4958억원 △2023년 4조5494억원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한 때 임직원이 3만명에 이른 KT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였지만 해마다 증가하는 인건비로 재정 부담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MS와 공동사업으로 투입되는 2조4000억원의 재정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기업이 사업 구조 및 재무건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인력 감축"이라며 "이번 KT의 인력조정은 결국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여유 자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졸속 합의’ 비판하는 규탄의 목소리도
한편 이번 KT와 KT노조 합의에 ‘졸속’이라는 규탄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KT새 노조는 같은 날인 17일 성명을 내고 구조조정안 노사 합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새 노조는 “이번 합의는 KT새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과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발했고 민주당 등 국회에서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구조조정 계획이 결국 노사합의라는 명분으로 통과된 것”이라며 “경영진과 이사회는 2018년 발생한 아현사태가 반복될 우려가 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T는 2018년 아현 화재 사건 당시 통신선을 새로 깔 직원이 없어 통신 복구에 차질을 빚었다.
KT새 노조가 구조조정 당사자 직원들과 노동, 시민사회와 함께 구조조정에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해 KT의 이번 조직개편에 대한 내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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