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차세대 타이어코드'로 리더십 시험대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10.23 05:00 ㅣ 수정 : 2024.10.23 05:00

HS효성첨단소재·코오롱인더스트리, HTC 특허 기술 놓고 소송戰
HTC, 가격 비싸고 교체 주기 짧아 일반 타이어 대비 수익성 뛰어나
코오롱인더스트리, HTC 원천기술 주장하며 HS효성첨단소재 소송
美법원, 코오롱인더스트리 공소 기각...코오롱, 세 번째 수정 소장 제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사진 = standret/Freepik]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효성과 코오롱은 국내 화학업계 오래된 동지이자 영원한 라이벌이다. 

 

두 업체는 1996년 나일론 생산업체의 지분 매입 경쟁을 비롯해 2002년 고려합섬 나일론필름 공장 인수 등 분쟁의 역사를 썼다. 

 

이런 가운데 HS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최근 하이브리드타이어코드(HTC) 특허 기술을 둘러싸고 다시 맞붙어 소송이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전 세계 타이어 코드 시장 1·2위, 합산 점유율이 과반을 넘는 '업계 공룡'이다.

 

최근 계열분리로 이제 독립경영에 나선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과 경영권 승계를 앞둔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간 첫 법적 공방이어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mage
[사진 = fabrikasimf/Freepik]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월 미국 법원에 HS효성첨단소재를 상대로 HTC 제조 공정 모방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HTC는 아라마이드와 나일론이 혼합돼 구성된 첨단 타이어코드로 차세대 타이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HTC는 기존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와 비교해 뛰어난 내구성과 하중 지지력을 갖췄다.  특히 고성능 배터리가 탑재해 점점 무거워지는 전기자동차 타이어에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라마이드를 사용한 HTC를 개발했다며 HS효성첨단소재가 HTC 관련 특허 기술을 이용해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미국 특허법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HS효성첨단소재가 HTC 기술과 특허 지식이 있는 코오롱 전(前) 임직원을 채용해 승진시키며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제출한 HTC 특허 침해 주장 소장을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기각했다. 

 

담당 판사 제임스 셀나(James V. Selna)는 9월 기각 결정 배경에 대해 “코오롱의 직접 침해 주장은 HS효성이 아닌 타이어 제조사들의 판매 행위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제3자 행위에 의한 직접 침해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HS효성첨단소재 측은 “코오롱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어준 미국 재판부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HS효성첨단소재를 상대로 세번째 수정 소장을 제출하는 등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양측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뉴스투데이>에 "지난 10월 11일 HS효성첨단소재와 특허 침해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수정된 소장을 제출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HS효성첨단소재가 당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회사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image
최신 전기차 타이어의 트레드 재료는 기존 내연기관 타이어와 비교해 내마모성이 30% 이상 커졌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타이어코드는 HS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전 세계 시장 1위와 2위를 다투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재판 결과가 향후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이번 분쟁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점유율은 효성첨단소재가 51%, 코오롱인더스트리가 15%로 사실상 HS효성첨단소재 이끌고 있다.

 

시장 선두주자인 HS효성첨단소재는 물론 그 뒤를 바싹 쫓는 코오롱인더스트리도 HTC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이는 전기차 및 전기차 타이어 향후 성장 전망은 물론 타이어 교체 주기 등을 고려할 때 HTC가 수익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타이어 시장 규모를 올해 629억1000만달러(약 86조7600억원)로 연평균 16.5% 성장해 2032년에는 2140억1900만달러(약 295조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은 최근 캐즘(Chasm, 기대를 모으는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가 겪는 일시적 침체기) 우려가 크지만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1400만대로 2022년 대비 35% 늘었다. 또한 2023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약 18%로 전년 대비 4% 포인트 늘었다. 현재 운행 중인 전기차는 2018년 대비 6배 이상 늘어난 4000만대에 이른다.

 

이에 따라 2023년말 현재 약 4500만 대인 글로벌 전기차 보유량은 2035년 5억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전 세계 주요 지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이 커져 2030년 40-60%, 2035년 50-90%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기차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타이어코드를 10~20%가량 더 사용해 가격이 비교적 비싸다. 

 

또한 전기차 타이어  교체 주기는 내연기관 차량의 절반 수준인 2~3년이다. 전기차 타이어는 값은 비싸지만 자주 갈아줘야 하기 때문에 제조업체 입장에서 일반 타이어 대비 수익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image
이규호(왼쪽) 코오롱그룹 부회장과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이와 함께 HTC 분쟁은 코오롱과 HS효성그룹 총수의 경영 시험대라는 측면에서 이번 소송의 향방이 더욱 주목 받는다.

 

효성그룹이 지난 7월 분할하면서 HS효성첨단소재는 HS효성의 핵심 계열사로 평가받는다.

 

HS효성 6개 계열사의 지난해 말 기준 총 매출액은 약 7조원이다. 이 가운데 효성첨단소재 매출이 3조5978억원이다. 이는 HS효성 매출의 절반가량을 효성첨단소재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조 부회장 역시 HS효성첨단소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그는 기존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꿔 각 사업별로 대표이사 책임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새롭게 선임된 성낙양 대표는 타이어보강재 PU와 미래전략실을 총괄하며 회사 신(新)성장 동력을 모색한다. 

 

이와 함께 조 부회장은 해외 사업의 재무 현황을 더욱 면밀하게 살피기 위해 재무실 산하에 기존 회계팀과 별도 '글로벌 재무팀'을 새롭게 설립했다. 

 

지주사 부회장이자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인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에게도 이번 소송은 중요한 과제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HTC는 타이어코드 시장의 차세대 먹거리인데다 고속 성장이 예고돼 ‘미래 먹거리 창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이 부회장에게도 이번 소송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승부인 셈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승계 시계'가 임박해 여론에서 그가 경영능력을 보여주기를 압박하는 분위기여서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효성과 코오롱은 선대회장 시절부터 라이벌 구도를 그려왔다"며 "섬유화학이라는 사업 공통분모 때문에 앞으로도 두 기업은 이러한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HTC는 차세대 소재이며 타이어코드가 양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라며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실적에서 뒤쳐지고 있어 양사간 분쟁이 쉽게 정리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