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직원 줄고 비정규직 증가...5대 은행 ‘인력 구조 개선’ 난항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직원 현황 조사
최근 3년 정규직 3215명↓ 비정규직 864명↑
디지털금융 대응 인력 구조 재배치 나섰지만
신규채용 둔화로 항아리형 조직 구조 여전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가 최근 3년 간 2300명 넘게 줄어든 가운데 비정규직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안정적인 정규직을 중심으로 직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건 그만큼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신규 채용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은행권 인력 구조 개선이 지연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7만2550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을 기준으로 2021년 7만4901명, 2022년 7만3111명, 2023년 7만2671명에 이어 올해까지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1년과 비교하면 최근 3년 간 이들 은행에서 2315명의 직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직원 수는 지난 2021년 6월 말 1만7147명에서 올 6월 말 1만5985명으로 1162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1만4266명→1만3628명) △하나은행(1만2742명→1만2562명) △우리은행(1만4383명→1만4195명) △농협은행(1만6363명→1만6180명) 역시 직원 수가 적게는 143명, 많게는 638명 축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고용 형태별 증감 흐름이다. 5대 시중은행의 올 6월 말 기준 정규직 수는 6만4369명으로 2021년 6월 말(6만7584명)보다 3215명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 수는 같은 기간 7317명에서 8181명으로 864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직원 수 감소폭이 2300명대로 나타난 건 정규직 감소 규모에 비정규직 증가분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5대 시중은행 전체 직원 수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규모도 커지고 있는 흐름이다. 이들 은행의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비중을 보면 △2021년 6월 말 9.8% △2022년 6월 말 9.9% △2023년 6월 말 10.9% △2024년 6월 말 11.3% 등 매년 확대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비대면·디지털 금융 활성화에 따른 영업 환경 변화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창구에서 처리되던 예·적금과 대출 등의 금융 업무가 상당 부분 인터넷·모바일뱅킹으로 옮겨가면서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했고,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 등 직원 규모 변동 요인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입출금 거래 기준 인터넷뱅킹 비중은 83.2%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결과 5대 시중은행의 전국 영업점 수는 2021년 6월 말 4379개에서 올해 6월 말 3920개로 459개 감소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갈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영업점포를 무작정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같은 은행의 영업점이 너무 인근에 붙어있거나 상권 변화로 실적이 계속 둔화되고 있는데 수천만원의 임대료를 내면서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고객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영업점을 줄여나가는 건 문제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감소 흐름을 막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가 비용 효율화에 방점이 찍혀있고, 고용의 질과 직결된 비정규직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 비정규직은 주로 영업점 창구나 본점 사무에서 단순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정보기술(IT) 관련 인력도 늘어나고 있다. 은행 내 다양한 분야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고용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직원 감소세에도 채용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신규 채용 규모는 약 1800여명 수준으로 지난해 상반기(2430명)보다 크게 감소했다. 그동안 줄어든 직원만큼 신규 직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상위 직급 직원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 은행 수익·생산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가장 이상적인 조직 구조는 피라미드인데, 상황에 따라 인위적으로 조정을 하지 못한 은행들은 (연차가 높은 직원이 많아지는) 항아리 구조가 된다”며 “항아리형 구조가 계속되면 인력 수급 계획을 짜거나 제때 신규 채용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인적 관리 체계 관련 연구 보고서에서 “인력 감축으로 평균 인건비를 하락시키는 전략은 비용을 통제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고용 창출 능력을 감소시키는 문제점이 있다”며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직원을 채용하고 직무에 기반을 둔 평가와 보상 체계를 구축한다면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할지라도 은행의 확대 균형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