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숙원 '실손청구 간소화' D-1…보험금 청구 증가 전망에도 반기는 까닭은
25일부터 보험개발원 '실손24' 앱‧홈페이지서 실손보험금 청구 가능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 제어로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 가능해질 것"
참여 병원 적어 '반쪽' 출범…김병환 금융위원장 "개선 여건 마련"
보험업계, 시스템 구축비용 지원 적극 나서…참여 병원 확대 노력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업계의 해묵은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실손청구 간소화)' 제도가 시행을 하루 앞둔 가운데 제도 시행으로 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증가할 전망이다. 보험금 청구가 늘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악화하지만, 보험사들은 제도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25일부터 실손청구 간소화 제도가 시행된다. 실손청구 간소화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별도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보험개발원은 '실손24' 앱을 통해 33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손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 왔다. 25일 서비스가 공식 시행되면 올해 1월 1일 이후 진료 이력부터 보험금 조회 및 청구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시범운영해 왔다. 서비스가 정식 시행되는 25일부터는 해당일 이후 진료 이력부터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실손청구 간소화 서비스는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실손24' 애플리케이션(앱)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해마다 청구되지 않는 실손보험금은 매년 3000억원 규모다. 가입자들이 실손보험 청구를 꺼리는 배경으로는 복잡한 청구 절차가 지목돼 왔다.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우편이나 팩스, 방문 등을 통해 보험사에 직접 제출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청구액이 크지 않으면 아예 포기한다는 것이다.
실손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가입자 입장에서의 편의성은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진료를 마친 이후에 병원에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되고,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자동 청구되지 않는다.
보험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실손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은 보험금 청구가 증가함에도 손해율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를 제어할 수 있게 되고, 업무 전산화에 따라 관련 인건비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된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실손보험은 보험사의 대표적인 적자 상품"이라며 "법안이 시행되면 보험금 청구는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수많은 비급여 청구 데이터가 집적돼 특정 병원의 과잉진료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며 "법안이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보험금 청구 증가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잉진료 축소, 실손 손해율 안정화로 보험사 예실차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실손청구 간소화는 참여 병원 수가 적어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쓴 채 출발하게 됐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실손청구 간소화 참여 병원은 전체 대상 병원 7725곳 가운데 3781곳(48.9%)가 참여한다. 절반이 되지 않은 수준이다. 또 이들 병원의 청구 비중은 43.1%에 불과하다.
참여 병원이 적은 배경으로는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업체와 보험사 간의 개발‧확산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달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단 부족한 상태로 시행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플랫폼 업체들과 논의해 (실손청구 간소화에) 참여하는 업체가 표시되도록 운영할 예정이며, 그렇게 되면 병원 측에서도 이용해야 하는 요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EMR 업체들의 참여율이 낮은데, 최근 비용문제에 대해 보험사들과 합의를 봤다"면서 "관리하는 병원을 다 포함하면 보건소를 제외하더라도 청구 건수 기준 67%, 병원 기준 34% 정도가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숫자가 상당히 개선될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25일 시행 때는 부족한 상태로 시행될 수밖에 없지만 내년 시행 과정에서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참여 병원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가 시스템 구축비, 확산비 등 약 1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고 해마나 시스템 운영비 315억원을 부담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 비용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보험업계가 적극적으로 실손청구 간소화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병원의 참여율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소비자의 편의성 제고는 물론 병원 입장에서도 환자 유입 등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그간 절차상 번거로움을 이유로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나가야 할 돈이 나가지 않았던 것"이라며 "당장은 보험금 청구가 증가할 수 있지만, 과잉진료 제어 등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가 가능해져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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