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인하① 은행권] 대출금리 하방 압력 본격화...변수는 ‘가계부채 관리’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11.28 10:41 ㅣ 수정 : 2024.11.28 10:41

물가 안정·내부 부진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긴축 완화에 시장금리 하락도 본격화할 듯
가계부채 관리로 대출금리 여전히 높은 편
올해 실적 양호하지만 내년 업황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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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연속’ 인하하면서 시장금리 하락세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계 이자 부담과 직결된 은행 대출금리도 하방 압력이 강해질 것이란 관측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역대급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큰 폭의 대출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동결 전망 깬 ‘2연속 인하’...물가 안정·내수 부진 고려한 듯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0%까지 올린 이후 13회에 걸쳐 동결한 뒤 1년 9개월 만인 지난달 인하에 돌입했는데, 이달 추가로 내린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건 물가 상승률 둔화와 내수 부진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전년동월 대비 1.3%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월(0.9%)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한은의 물가 관리 목표치(2%)를 밑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 우려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가계 소비 여력 증대로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날은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마지막 회의인 만큼 연말 기준금리도 연 3.00%로 확정됐다. 다음 회의는 내년 1월 16일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0.25%포인트(p)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증권은 ‘2025년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2024년 10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2025년 상반까지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5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최종금리 달성 이후 금리를 동결하고, 연말 기준금리는 연 2.75%로 예상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시장금리 하방 압력 커지나...은행 대출금리, 더 내려갈 가능성은


 

이번 금통위 이후 시장금리도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은 은행권 대출금리 등락 여부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 등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된다. 이때 준거금리는 은행채(금융채) 등 채권금리가 해당하는데, 중앙은행 통화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연 3.24%에서 25일 3.13%로 0.11% 하락했다. 또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산정할 때 쓰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지난 9월 3.40%에서 10월 3.37%로 0.03%p 내렸다.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채권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다만 변수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39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9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3조6000억원 증가한 90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시장 회복에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올 7월부터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금리 수준을 높여왔다. 금리가 올라가면 차주의 원리금(원금+이자)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대출 문턱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결과 한국은행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권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달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금리는 연 4.25~4.46%로 집계됐다. 평균은 연 4.34%로 전월(연 3.95%) 대비 0.39%p 오른 수치다. 은행들이 본격적인 가계대출 관리에 돌입(7월)하기 전인 6월(연 3.71%)과 비교하면 0.63%p  급등했다. 

 

이번 한은의 2연속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수요 자극 우려를 이유로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는데, 시장금리 하락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더욱이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채권금리가 내려가고, 이를 기준으로 한 대출금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올해까진 ‘역대급 실적’ 예고...은행권은 “수익성 둔화 이미 시작, 대비해야”


 

올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을 예고한 상태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올 3분기까지 누적 12조68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동기(12조1159억원) 대비 4.7%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14조1022억원)보다 1조4132억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5대 시중은행이 남은 4분기를 포함해 올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방대한 대출 잔액과 금리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이자 부문 중심의 이익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내년 긴축 완화 지속 전망을 고려했을 때 내년 업황은 불확실성이 가득하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특히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상황에 대출 시장 경직으로 대출 성장률마저 낮게 나올 경우 수익성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세에 접어든 걸 보면 실적 하방 압력이 본격화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대 시중은행의 올 3분기 기준 순이마자진(NIM) 평균은 1.57%로 전분기(1.64%) 대비 0.07%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1.68%)와 비교하면 0.11%p 떨어진 수치다. NIM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이며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내년에도 가계대출 이슈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연말 관리를 잘 해 한도를 회복한 은행이 내년 대출 영업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며 “갈수록 은행이 가진 자산이 커지는 만큼 이익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시장에서 누가 ‘노른자’를 먼저 선점하는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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