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키우겠다” 인터넷은행 승부수...건전성 악화는 부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업계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대응한 성장 전략으로 기업금융 확대를 지목한 가운데 자산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차주들의 상환 능력 약화로 연체율·부실채권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됐다. 대출 확대를 통한 성장성 제고에 나서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3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케이·카카오·토스뱅크의 올 9월 기준 기업대출 부문 연체율 평균은 1.85%로 지난해 12월(1.24%) 대비 0.61%포인트(p) 상승했다. 이 기간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이 0.86%에서 0.69%로 0.17%p 하락한 것과는 대조된다.
은행별로 보면 케이뱅크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 9월 기준 1.72%로 지난해 12월(0.78%)보다 0.9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0.35%에서 1.21%로 0.86%p 올랐다. 특히 토스뱅크의 경우 지난해 12월 2.60%에서 올 9월 2.63%로 0.03%p 상승했다.
여신(빌려준 돈)에서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NPL)이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되고 있는 흐름이다. 올 9월 기준 케이뱅크의 기업 부문 NPL 비율은 0.85%로 지난해 12월(0.27%)보다 0.58%p 커졌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NPL 비율도 각각 0.25%에서 0.58%로, 2.17%에서 2.36%로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가 ‘대출의 질’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주요 기업대출 고객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게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증가에 결정적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법률상 우량 차주로 꼽히는 대기업 대상 대출 실행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기업대출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선 영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내년 개인사업자 대출을 1조원 이상 공급하겠고 밝힌 바 있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 10월 15일 기업공개(IPO) 전략 발표 당시 성장을 위한 3대 축 중 하나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제시했다. 토스뱅크도 개인사업자 대출 강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잠재 부실 우려가 큰 기업대출 확대를 추진해 나가는 건 인터넷전문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체율과 부실채권 등 건전성 지표가 관리되지 않을 경우 손실 흡수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 부문만 떼놓고 보면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연체율을 보이고 있고 기업대출 확대 흐름에 역행하지 않으면서 양적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중·저신용 개인사업자들의 매출 데이터 등을 신용평가모형(CSS)에 계속 반영해 나가고 있는데, 포용과 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