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에너지솔루션, 세계 최초 모든 형태 배터리 만들어 한·미·일 車업체 공략

금교영 기자 입력 : 2024.12.05 05:00 ㅣ 수정 : 2024.12.05 05:00

LG엔솔, GM 합작 美배터리공장 독자 공장으로 운영
美 미시간주 얼티엄셀즈 3공장…매각 지분 10억달러 규모
LG엔솔, 다양한 고객사 유치·수익 100% 확보 등 장점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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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엄셀즈 2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州)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인수하기로 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GM과 수주 증가 및 다양한 고객사 확보를 위해 단독 공장이 추가로 필요했던 LG에너지솔루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거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초로 모든 형태의 배터리를 만들어 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 자동차 업체 공략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합작 공장 지분 인수…북미 생산 거점·수익 확대 전망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는 얼티엄셀즈 배터리 제3공장 지분을 합작법인(JV) 파트너사 GM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북미 공장 투자 및 운영 효율화, 가동률 극대화 등을 위해 얼티엄셀즈 제3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확정되는 대로 공시 등을 통해 소통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반면 GM은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M은 “거의 완공된 얼티엄셀즈 배터리 공장 지분을 JV 파트너사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하기로 구속력 없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현재 인수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협의 중이며 인수가 이뤄지면 LG에너지솔루션은 3공장을 북미 주요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그동안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세우고 랜싱에 3공장을 건설해왔다. 

 

이 공장은 총 26억달러(약 3조6500억원)를 투입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로 2022년 6월 착공해 올해 하반기 준공한 후 내년 초 양산 시작이 목표였다. 초기 생산능력은 36기가와트시(GWh) 수준이며 향후 50GWh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이는 완충하면 약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순수 전기차 약 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속도 조절에 나서며 올해 7월 공장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가동 계획도 지연된 상태다. GM 역시 지난 6월 올해 전기차 생산량 목표를 기존 20만~30만대에서 20만∼25만대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GM이 예상보다 부진한 전기차 판매 실적에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얼티엄셀즈는 건설 중인 3공장 외에 미국 오하이오주에 1공장, 테네시주에 2공장을 두고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GM이 자본의 효율적 배치를 통한 전기차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혀 이번 매각이 수익성 개선의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GM은 공장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회수할 예정이며 지분 매각은 내년 1분기 중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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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얼티엄셀즈 3공장 인수로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다양한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GM 발표에 따르면 3공장은 대부분 건설된 상태로 설비 구축을 즉각 할 수 있는 상태다. 이를 활용하면 이미 수주한 물량 및 향후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새 공장을 짓거나 기존 공장을 새롭게 증설하는 것보다 완공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단독 공장으로 운영하면 다양한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합작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특정 고객(GM)에게만 공급할 수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 단독 공장으로 운영하면 새로운 고객사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얼티엄셀즈 3공장 인수 후 구체적 활용 방안은 밝히지 않았지만 단독 수주 물량 가운데 일부를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공장 생산 물량 고객사 유력 후보로는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가 거론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도요타와 연간 2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수익성 측면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에는 보탬이 될 전망이다. 기존 합작 공장 형태에서는 수익을 배분해야 했지만 단독 공장으로 운영하면 수익 전부를 LG에너지솔루션이 가져갈 수 있다.

 

■GM과 협력 진행형…각형 배터리 개발로 고객 수요 대응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GM과 각형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개발된 각형 배터리는 향후 GM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원통형에 이어 각형까지 현재 상용화한 모든 배터리 폼팩터(형태)를 포트폴리오로 갖춘 유일한 기업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각형 진출은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고객사마다 전기차(EV) 종류와 크기, 공략 시장 등 전략이 세분화되면서 폼팩터별 장단점과 가격을 고려해 채택하는 배터리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지나 본격 성장기에 진입하면 이 같은 요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GM과 공동개발을 시작으로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춰 적절한 폼팩터를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계획이다. 폼팩터 다변화를 통해 전략적 대응은 물론 고객 만족도를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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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가 지난 10월 열린 비전공유회에서 회사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앞서 LG에너지 솔루션은 지난 10월 비전 공유회에서 4대 중장기 전략 중 하나로 'EV(전기자동차) 사업 내 제품 및 고객 다변화에 집중'을 제시했다. 

 

하이니켈 중심 프리미엄 배터리를 넘어 LFP(리튬·인산·철)와 LMFP(리튬·망간·인산·철), 고전압 미드니켈 등 중저가형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히겠다는 얘기다.

 

또한 원통형에서 46시리즈를 통해 전통 완성차 업체까지 고객 포트폴리오를 더 넓히고 고객 요구에 맞춘 새로운 폼팩터도 적극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각형 배터리는 납작한 상자 모양으로 알루미늄 캔으로 둘러쌓여 있어 외부 충격에 강하다. 또한 셀 자체 강성이 비교적 높아 배터리 모듈, 팩 단계에서 구조를 쉽게할 수 있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이 주력해온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고 생산 단가가 낮아 양산에 유리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각형 배터리 후발 주자지만 개발·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부분도 유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각형 패키징 기술을 비롯해 설계 및 공정 분야에서도 다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전극 생산 및 스태킹 공법 기술력은 각형 배터리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각형은 유휴 공간 발생 가능성 때문에 공간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 소재를 돌돌 말아 젤리롤 형태로 만들어 사각형 알루미늄 캔에 넣는 과정에서 모서리 부분이 빈 공간으로 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소재를 층층이 쌓는 공법으로 공간 효율성이 개선되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 기술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수주 확대 가능성도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에만 △7월 르노 전기차 파우치형 LFP배터리 △9월 벤츠 전기차용 배터리 △10월 포드 상용차 파우치형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 △11월 리비안 전기차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 등 굵직한 수주 계약을 따냈다. 

 

여기에 이번 각형 배터리 개발로 파우치형, 원통형 배터리를 넘어 각형까지 수주 기반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실제 이번 협력을 통해 개발되는 각형 배터리는 GM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며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안전성을 염두에 두고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공장 인수, 각형 배터리 개발 등은 다양한 제품 생산과 고객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기차 캐즘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위험 부담을 떠안았다는 시각도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에 따라 전기차 판매가 저조할 것으로 예측돼 GM이 빠르게 일부 공장을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위험 부담을 모두 떠안고 폭탄을 맞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지금 가진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다 취급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향후 전기차 캐즘이 해소되고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다소 부담스럽지만 안고 가 미래를 보는 투자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각형 배터리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고객사 확보를 위한 해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학훈 교수는 “배터리 폼팩터 별로 각각 장단점이 있어 어떤 제품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할 수 없다”며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를 맞춰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 배터리를 개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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