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입력 : 2024.12.04 14:38 ㅣ 수정 : 2024.12.04 17:03
‘탈원전’ 넘어 재기 노리던 K-원전, 국내 정세 ‘악재’로 작용하나 “기업과 달리 정부가 카운터파트로 나선 사업에는 영향 미칠 수도”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원전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원전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경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한밤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으나 6시간 동안 국민들은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상황이 수출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기업이 발주한 사업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정부가 카운터파트로 나선 사업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다수의 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원전 사업을 통한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2000만 달러 규모를 투자한 엑스에너지가 최근 아마존으로부터 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SMR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엑스에너지는 냉각재에 물이 아닌 다른 물질을 활용하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고온가스로(HTGR)분야에서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14일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의 영국 법인인 홀텍 브리튼과 함께 영국 원자력청이 주관하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경쟁 입찰 프로그램에서 최종 후보사 4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50년까지 영국 내 원자력 발전용량을 24GW로 확대하는 계획을 갖고 있는 영국 원자력청은 SMR 배치를 위해 경쟁 입찰을 통한 사업자 선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원자력청은 올해 말 최종 입찰 후보에 오른 4곳 중 2개사를 선정해 최종 투자를 결정한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 24일 루마니아 현지에서 미국의 플루어, 뉴스케일, 사전트 앤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3개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의 기본설계(FEED∙Front-End Engineering Design)를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SMR사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SMR 개발로 평가받는 뉴스케일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기존 도이세슈티 지역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462MW 규모의 SMR로 교체한 뒤 상업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체코 원전 사업의 경우 정치적 불안정성이 절대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 규모만 24조 원에 달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신규 원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내년 3월 최종계약을 앞둔 상황이다.
팀코리아에 소속된 대우건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대우건설은 5일 오전 8시 비상경영회의를 갖고, 상시 비상 대응 시스템을 가동하여 외부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며 “발주처,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시공 중에 있는 현장과 계약 및 수주 예정인 프로젝트 관리에 모든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를 비롯한 뉴욕타임스, 영국 BBC, 일본 NHK 등 외신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기사를 실시간 속보로 다뤘다.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는 여타 국가들도 국내 상황을 이미 파악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이슈가 해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지난 정권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탈원전을 외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각국을 대상으로 ‘원전 세일즈’에 나섰으나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을 들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원전 수출 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전쟁과 같이 이슈가 지속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이번과 같이 짧은 시간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상황에서는 사업 계약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