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블랙홀에 빠진 경제 ②] 1440원 근접한 환율쇼크, 기업들 전전긍긍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혼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1440원에 육박, 탄핵 사태 조기 진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 원달러 환율 15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가 심각한 혼란에 빠져 있다. 정국 운영의 주체조차 불분명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 논의가 중단되어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내년 경제뿐 아니라 당장 환율 변동과 부동산 시장 침체 같은 경제적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탄핵 블랙홀의 실상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벌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이 혼란에 빠지며 한국 경제 전반이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정치적 불안정이 외환시장으로 번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고, 여기에 미국 47대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강달러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상황이 지속되면 자칫 1400원대 중후반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24.5원 상승하며 1419.2원으로 마감하며 올해 1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으로 기록됐다. 원달러 환율은 주말에 진행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무산되자 9일 18원 가까이 올라 1440원에 근접했다.
앞서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야간 거래에서는 환율이 한때 1442원까지 치솟으며 2022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하루 변동 폭만 41.5원에 달했으며, 이후 비상계엄 조기 해제로 다소 안정세를 찾았으나 국회 내 탄핵 논의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외환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상상인증권은 “이번 사태는 국내 정치적 혼란이 원화 절하 속도를 가파르게 만든 대표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강달러 기조 속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또한 환율 변동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국제적 긴장과 더불어 저출산·고령화 같은 국내 경제 문제는 외환시장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환율 상황은 기업들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한국의 수출 기업들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제조업 구조에서는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단순히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로 끝나지 않는다”며 “수출과 수입의 불균형이 기업 전반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율 상승은 외화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항공, 해운 산업 등은 해외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아 환율 급등이 부도 위험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는 “환율 상승으로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외환 안정화 대책과 기업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 이탈과 금융시장 신뢰 하락도 우려할 대목이다.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환차손 우려를 키우며, 국내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로 인해 코스피 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환율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며 “자금 회수 가속화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 안정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는 고령화와 저출산, 경기 둔화 등 구조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약한 경제 펀더멘털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결합해 외환 시장 및 국내 경제 전반에 복합적인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환 시장 안정화 대책과 기업 지원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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