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인터뷰] 넷피아 이판정 대표 “한글도메인, 한글처럼 국가비밀 프로젝트”
김영섭
입력 : 2020.07.10 14:36
ㅣ 수정 : 2020.11.21 15:20
“10조 개의 콘텐츠에 이름을”…자국어도메인 전문기업 넷피아 창립 25주년 ‘리얼네임 도메인’ 비전 제시
[뉴스투데이=김영섭 기자] “세종대왕 한글창제가 당시 극비였습니다. 한글도메인, 즉 자국어도메인도 국가 비밀 프로젝트였습니다. 이젠, 말만 하면 모든 콘텐츠와 바로 접속되는 ‘리얼네임(실명) 도메인’ 시대를 열겠습니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넷피아(Netpia)의 이판정 대표. 이 대표는 넷피아 창립 25주년 기념일인 10일 인터뷰에서 ‘자국어도메인 탄생’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표는 “넷피아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공공기관 한글도메인 등록 의무화 등 노무현 대통령의 혜안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넷피아인들은 그간 전 세계 95개국의 자국어 도메인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60개국 이상을 다니며 온갖 위험을 감내한 시간이기도 했다”고 25주년의 소회를 밝혔다.
이견의 여지 없이 자국어도메인은 넷피아의 대표 상품이자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넷피아는 관계 기업인 콤피아를 통해 ‘리얼네임 도메인’ 글로벌 서비스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모바일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넷피아의 사업은 영문도메인을 자국어로 하는 사업이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콘텐츠에 이름을 붙여 10년 내에 10조 개의 콘텐츠에 이름을 붙이는 프로젝트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힘줘 말했다.
■ “세상은 상상력의 게임”…95개국에 자국어도메인 서비스
Q. 25주년 참 긴 시간인데, 소감이 각별할 것 같은데.
▲지난 25년 250년을 산 느낌이다. 20세기 말에 인터넷 사업을 시작해 영문도메인네임이 무엇인지 대한민국에 소개를 하고, 1996년 언론사와 캠페인을 통해 최초로 대한민국에 상업용 국제도메인을 알렸다. 수많은 기업들에 도메인을 등록하도록 안내도 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닷컴(.com) 도메인’ 확보 비율이 높은 이유도 그때 넷피아가 있어 글로벌 도메인을 확보하는 것이 로컬 도메인을 확보하는 것보다 기업의 위상이 높아짐을 홍보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단순히 남의 이름을 매점매석해 돈을 버는 장사가 아니라, 기업인으로서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공유하는 일에 수많은 국내의 기업들이 대부분 도움을 줘 오늘의 넷피아가 있게 됐다.
Q.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시작한 인터넷사업과 도메인네임 등록 사업을 하면서 95개국 자국어 도메인까지 만들게 됐다. 그 덕분에 지난 25년 세계 50여 개국 이상을 다니면서 각국의 문화를 익히고 각국의 자국어 도메인을 만들고 테스트도 하면서 온갖 위험을 겪었고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Q. 자국어도메인, 즉 한글도메인 서비스가 시작된 계기도 무척 궁금하다.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부통령에게 지시해 영문도메인루트를 확보하게 했다면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에 한글도메인을 모두 등록하게 해 정부 투자 없이, 또 벤처캐피털 투자 없이 자본금이 79억원까지 된 중견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다. 정책자금이 들어가지 않고, 또 벤처투자기업 투자 없이 그렇게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키운 회사는 넷피아가 처음이다.
그것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혜안이었다고 나중에 알게 됐다. 일종의 비밀프로젝트였다. 마치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극비로 만들었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우리글 한글이지만 당시는 그 자체가 불경으로 여기고 수많은 사건이 있었던 것을 우리는 역사로 배우고 알고 있듯, 한글도메인‧자국어도메인은 중요한 국가의 비밀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께 그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Q. 25년 간 적잖은 성과를 거뒀는데 주요 성과를 꼽으면.
▲조금 전에 밝힌 넷피아의 작은 시작이 무려 95개국 자국어 도메인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세상은 상상력의 게임같다. ‘미래에 당연한가’란 명제를 갖고 미래는 당연히 음성으로도 가능한 자국어가 있어 전세계 인류가 자국어로, 말로도 불러 모든 기업에 모든 콘텐츠에 접속을 할 것이라는 상상과 예측이 현실이 됐다. 1995년 당시는 인터넷이라는 용어도 생소했고 도메인은 돌멩이로 알아듣던 시기였던 것을 상기하면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 “10조 개의 콘텐츠에 이름을”…‘리얼네임 도메인’ 글로벌 서비스
Q. 힘든 가운데서도 지금도 보람있는 일로 기억되는 게 있다면.
▲미국이 영문도메인네임 루트를 만들어 영문도메인네임 종주국이 됐다면 작은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자국어로된 실제 이름 즉, 실명 ‘리얼네임’ 자국어 도메인 루트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의 위대한 석학 분들이 계셔 가능했다. 그분들의 전 세계 네트워크로 각국의 인터넷 선각자 분들이 도움을 줬다. 그 덕분에 전 세계 인터넷아버지로 불리는 분들과 국제무대에서 공개적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 덕택에 대한민국이 미래의 인터넷을 위한, 각국의 자국어 도메인네임의 루트를 확보했고 그것을 하나, 둘 각국에 보급할 수 있었다.
Q.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과제는 무엇인지.
▲앞으로는 모바일 시대다. 기존 넷피아의 사업은 영문도메인을 자국어로 하는 사업이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콘텐츠에 이름을 붙여 10년 내에 10조 개의 콘텐츠에 이름을 붙이는 프로젝트를 자회사인 콤피아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한때는 이제 끝인가하면서 포기도 할 뻔했다. 그런데 대기업과 소송하면서 이해못할 소송 구조에도 참 많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 어려움이 밀려오면 올수록 스스로 더 단단해짐을 알게 됐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더 큰 기회가 찾아 왔다. 앞으로 수많은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리얼네임도메인 플랫폼을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공유하는 앱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미 몇몇 기업과 추진이 되고 있기에 연말 구체적 결과가 나올 것 같다.
Q. 리얼네임도메인 실현을 위한 ‘꿀업 플랫폼’은 뭔지.
▲전세계 모든 콘텐츠에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면 반드시 사용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기존 PC의 북마크처럼, 사용자가 즐겨 찾는 콘텐츠에 이름을 붙여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것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브라우저 꿀업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 기반의 모빌리티에서 말로 부르면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를 바로 볼 수 있다. 꿀업으로 사용자가 지정한 검색으로 말로 한 번에 검색할 수 있어 일일이 입력할 필요가 없다.
또 포털 간 실시간 이동이 가능해 매번 포털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는 불편함을 해소했다. 전 세계 각국의 약 10만 사용자를 ‘꿀미 특공대’로 조직해 콘텐츠를 모으고 지역도메인과 기업도메인을 등록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앱테크 시대도 함께 열어갈 예정이다. 자국어도메인은 PC 기반이지만 리얼네임 도메인은 지역명 도메인과 사물인터넷(IoT)도메인까지 기반을 넓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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