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대손충당금 상쇄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전략은?
국민은행은 '프라삭' 인수효과, 하나은행은 '사업다각화' 먹혀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불황이 지속되자 은행의 신용대출이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은행들은 대출 상환이 미뤄질 가능성에 대비한 충당금을 적립해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의 충당금 적립액은 총 2조6559억원으로 전년동기(1조3901억원)에 비해 1조2658억원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충당금이 늘어날수록 장부상 은행의 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일종의 '적신호'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은행의 해외법인이 지난해(2408억400만원)보다 20.1% 증가해 2892억9100만원을 기록하면서 불황 속 효자 역할을 해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손익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의 지난 4월 캄보디아 금융기관인 프라삭을 인수한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순이익이 4배 이상 증가했으며 하나은행은 해외법인의 수익 원천이 다변화한 영향으로 전년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수익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2020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조7000억원으로 5월의 1조1000억원에 이어 6월엔 3조1000억을 기록하며 계속된 증가폭을 나타냈다. 전년도 같은 기간(2조2000억원)보다도 1조5000억원 많은 수치다.
신용대출이 늘어남과 동시에 은행들은 충당금을 쌓기에 분주했다. 올해 상반기 5개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총 2조6559억원으로 전년동기(1조3901억원)에 비해 1조2658억원 늘어났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이 고객의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대비해 은행의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쌓아두는 자금이다. 즉 충당금이 늘어났다는 것은 대출상환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과도 상충한다. 또 충당금을 확보할수록 은행의 순이익은 감소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순이익은 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8조4000억원)보다 17.5%(1조5000억원)감소했다. 시중은행의 경우에는 4조2000억원의 상반기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4억9000억원)보다 7000억원 줄었다.
상반기 국내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은 12조8000억원으로 작년동기 12조6000억과 엇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년도보다 2조원 증가한 대손충당금 전입액 3조3000억원이 유입되면서 영업이익은 9조4000억원으로 전년도(11조3000어원)보다 1조9000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대출 규모가 늘었으니 정부에서 신용 손실에 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기존 충당금 규모에서 좀 더 추가된 충당금을 적립해온 결과”라고 밝혔다.
충당금을 쌓을수록 금융사의 순이익은 줄어드는데 코로나가 잡힐 가닥이 보이지 않자 은행들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 해외법인이 효자 역할을 했다.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해외 법인에서 거둔 순이익은 2892억9100만원으로 지난해(2408억400만원)보다 20.1% 증가한 것이다.
그중 가장 많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해외 법인 순익익은 409억5400만원으로, 지난해(97억원)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은행 해외법인의 순이익 급증의 원인은 프라삭의 영향이 컸다.
지난 4월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의 최대 소액대출금융기관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지분70%를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하는데 주력했다. 프라삭은 캄보디아 내 180여개의 영업망을 가지고 있는 등 캄보디아 내의 시장점유율이 상당한 기업이다.
따라서 프라삭은 상반기 국민은행 해외법인 전체 순익의 86%에 달하는 351억원의 순익을 가져다 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해외법인 순익이 4배가 상승한 것은 프라삭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프라삭의 상업은행 전환을 추진해 해외 사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 상승세도 눈에 띈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988억9200만원으로 전년도(501억4700만원)에 비해 약 2배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이에 대해 유가증권에 관련한 매매평가를 확대하고 중국 지분 투자에 관련한 손익을 회복해 중국에서 얻은 자산이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575억7400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배 가까이 커졌기 때문이다.
멕시코하나은행은 지난해 3억8400만원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엔 6억4500만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또 베트남 국영상업은행 BIDV의 지분법 평가익이 추가된 영향도 있었다고 밝혔다. 즉 BIDV의 순손익을 보유지분만큼 하나은행의 경영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에 하나은행의 순이익이 증가 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해외법인의 수익 원천이 다변화되면서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해외법인 수익률이 증가했다는 것이 은행 측의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때문에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은 불가피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해외법인에서 순이익 상승을 안겨줘 은행의 전체 순이익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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