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9.17 07:17 ㅣ 수정 : 2020.09.17 08:26
민간앱을 견제하기 위한 지자체의 경쟁적 공공앱 출시,국제적 전례도 없어
글로벌 기업 아마존은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공룡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0년전 인터넷 상거래업체로 출발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등 IT산업 전반으로 지배력을 넓혔다. 게다가 미국 최대 유기농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하고 영화산업 진출까지 넘보고 있다. 애플에 이어 시총 1조달러를 넘보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한국에서라면 ‘문어발식 경영’의 전형으로 비판받고 정부에 의해 온갖 규제를 받았을 기업이다. 실제로 한국 대기업들은 ’아마존 뒤집기‘를 강요받고 있다. 전문화, 타업종 진출 금지 등과 같은 정부의 요구에 의해 발목이 잡혀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은 ‘융·복합시대’를 출산하고 있다. 업종을 넘나드는 ‘몸집 불리기’가 융복합 기술의 토양이 돼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들은 ①컨트롤타워 해체 ②경영권 승계 조사 ③일감몰아주기 규제 ④지배구조 개편 압박 ⑤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등과 같은 정부의 규제정책에 의해 손 발이 묶일 구조에 처해 있다. 규제의 방향은 한마디로 ‘몸집 줄이기’이다. 이 같은 ‘아마존 뒤집기’의 손익계산서는 ‘글로벌 경쟁력의 상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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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창업주 김봉진 대표가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4조원으로 키운 IT 기업이다. 당시 김 대표는 길거리에서 나눠준 전단지 5만장을 하나의 앱에 모았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슬로건을 낳고, 또 회사를 널리 알린 배민의 시초다.
산업구조 자체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비즈니스 기업들은 저물어 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비자의 욕구를 관통하는 아이템이었기에 공룡 IT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이다.
이른 시일 안에 회사의 규모가 커진 만큼, 그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이슈도 물론 있었다. 최근 새 수수료 정책을 발표했지만, 열흘도 채 되지 않아 전면 백지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4월 기존 요금 체계인 정액제(울트라콜)와 달리, 주문 발생 건수에 5.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발표 이후 여론과 정치권의 거센 비판을 받아 이를 전면 백지화했다. 소위 불공정거래 이슈였다.
게다가 독점이슈까지 불거졌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되면서 DH가 운영해온 국내 시장 점유율 2‧3위 요기요와 배달통과 한 몸이 됐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한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한 ‘공공앱’을 만들겠다고 잇따라 나섰다. 전국 지자체마다 공공앱 개발이 붐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의 전형이다.
독점과 불공정거래가 문제라면, 기존의 법체계인 공정거래법에 의거해 조치를 취하면 된다. 이런 합법적 테두리를 뛰어넘어 정치권이 민간배달앱을 정조준해 '공공앱'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시장경제 교란이자 혁신기업 죽이기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배민 견제한다고 '공공앱' 쏟아져? / 공공앱, 세금만 축내는 시장교란의 역사
배달 공공앱에 일부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전국의 주요 지자체들이 출시한 공공앱은 수수료를 0%를 표방하고 있다. 고스란히 국민세금을 써서 혁신기업과 맞대결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공공앱은 배달앱이 처음이 아니고 예외없이 실패했다. 세금만 축낸 시장교란이었던 것이다.
예컨대 서울시는 승차거부를 막겠다며 호출앱 ‘S택시’를 만들었지만, 출범 한 달 만에 서울시가 스스로 운영을 중단했다. 2017년 사용저조로 운영을 접은 택시 호출앱 ‘지브로’에 이어 두 번째 실패였다. 앱을 이용하는 이용자와 택시 관계자들이 앱에 대한 효율성과 편의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8 공공앱 성과측정’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지자체가 운영 중인 공공앱은 총 372개중 64%인 240개가 개선 및 폐지, 폐지 권고의 결과를 받았다.
지난 2017년에는 정부가 추진한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 앱 구축, 유지비용에만 850여억원이 투입됐으나, 실제 이용자 수는 1000명 미만인 앱이 52.8%에 달했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앱이 결국 세금만 투입됐고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앱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대단히 사실적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 영역은 민간에게 맏기는 게 시장경제의 원칙이다”면서 “정부나 지자체 역할은 시장 공정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고, 이를 감시하는 역할에 그쳐야 하지, 직접 선수가 돼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시장 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배민-딜리버리히어로 합병으로 인한 독점 이슈 해결? / 새로운 경쟁구도속 '공공앱'만 시들
배달 공공앱은 독점 이슈도 해결하기 어렵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조 7500억원으로 평가해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국내 배달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인수합병(M&A) 심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로 현재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양사간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시장 독점에 대한 평가와 제재는 현재 공정위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합병이 시장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법적, 제도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 등에 의한 독점문제는 공정위의 심사 과정 및 결과를 두고 보면 되는 일이다.
더욱이 공룡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츠와 위메프가 최근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할인쿠폰 발급, 배달기사에 대한 추가 수수료 지급 등과 같은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생존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치킨게임'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공공앱은 결국 배달의민족과 신흥강자 간의 치열한 시장 다툼의 와중에서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전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자료에 의하면, 공공앱 배달의명수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지난 4월 6만 8000명에서 6월 2만 7000명으로 급감했다. 2개월만에 50% 이상 줄어든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앱은 끊임없는 업그레이드 필요한 사업영역이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공무원들이 그러한 치열한 생존게임에서 살아남기란 생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공공앱이 살아남아 배달의민족을 견제한다고 해도 그건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다"면서 "정부가 민간 기업과 대결하는 것은 시장교란의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