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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인터뷰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 “열병식에 나온 신형무기 ‘블러핑(허세)’도 있지만 개발 성공 가능성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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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01.18 14:48 ㅣ 수정 : 2021.01.18 16:14

열병식은 체제 유지·강화 위한 정치적 행사…바이든 행정부 압박해 핵보유 인정받으려는 의도

[뉴스투데이=김한경 시큐리티팩트 에디터]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북한은 김정은 집권 10년차를 맞아 제8차 당 대회를 개최했다. 14일 야간에는 지난해 10월 당 75주년 열병식에 이어 또 다시 야간에 열병식을 가졌다. 김정은 시대에 특히 빈번히 열리는 열병식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이례적으로 당 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열병식이 진행된 이유가 궁금했다. 

 

더구나 이번 열병식에서는 3개월 전에 등장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4호’를 개량한 ‘북극성 5호’를 선보였다. 당 대회에서 핵을 36번이나 언급하며 핵·군사 보고 내용을 제7차 당 대회보다 3배가량 늘린 데다, 개량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보이지 않았지만 북한이 이렇게 핵 무력을 과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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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자신의 개인 연구실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 [사진=이서연 기자] 

 

다양한 전문가들이 각자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지만 열병식과 관련한 전문적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은 듯해 대북 분야에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과 지난 15일 인터뷰를 가졌다. 북한 핵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정원 대북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수많은 남북회담의 막후 실무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김정은 집권 10년차에 10번의 열병식이 열렸는데, 북한에서 열병식은 어떤 의미를 갖는 행사인가?

 

A. 북한의 열병식은 국가안보 차원의 행사를 넘어 체제 유지 및 강화를 위한 정치적 행사이다. 그래서 나온 구호가 ‘일심단결’인데, 대대적인 열병식을 통해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열병식의 의미가 선대와 비교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체제보다는 김정은 개인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데 중점을 둬 치적을 부각시키는 행사로 바뀌고 있다. 구호도 소위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 ‘강력한 자위력’이 김정은 개인의 업적 인 것으로 부각하는데 맞춰져 있다. 즉 김정은이 비록 경제 회생은 지지부진해도 인민들의 안전은 완벽히 보위하는 위대한 지도자임을 알려서 장기 독재체재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또한, 열병식을 빈번히 개최하는 점도 특징적이다. 김일성· 김정일 때에는 대부분 특정 기념일의 정주년(5년 내지 10단위)과 같이 특별한 경우만 열병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무려 10번이나 개최했고 당 대회 직후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주 개최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체제가 불안정하고 권력 안정에 대한 초조함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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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광장에 정렬해 있는 북한군이 신형 휴대용 로켓포(RPG-7)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 지난해 10월에 이어 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열병식을 다시 개최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A. 첫째, 대내적인 이유로 김정은 우상화와 개인권력 공고화를 위해서다. 당정 고위간부, 군인, 주민들에게 빈번한 열병식을 통해 김정은의 자위력 강화, 핵강국 건설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직접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군사적 방면의 치적을 확실히 부각시켜 자신의 우상화는 물론 개인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이다.

 

둘째, 대외적인 이유로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제8차 당 대회에서 핵무력을 통해 자위력을 강화하겠다는 자신의 선언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열병식에 등장한 첨단무기를 통해 대외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주기를 짧게 하고 반복적이고도 확고한 메시지를 던져 상대의 심리에 매우 강력한 임팩트를 주려는 의도이다.

 

Q. 이번 열병식에서 다탄두 탑재형으로 보이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 사실을 처음 공개한 이유는?

 

A. 김정은이 이번 당 대회에서 호언한 “첨단무기를 연속 개발 완성하여 전쟁 억제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 세웠음”을 입증하고, “핵장거리 타격능력 제고에 중요한 수중발사 핵전략무기(SLBM) 보유 과업” 의지를 실물로써 확인시키려는 의도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선보였던 ‘북극성 4호’보다 개량된 ‘북극성 5호’를 공개해 군사기술의 고도화와 속도를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다. 

 

또한 출범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미국의 ‘악랄한’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신형무기 개발로 확인시켜  ‘효과 없는’ 제재를 해제하라는 의미와 함께 협상에 빨리 응하지 않으면 핵무력 증강 수준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는 점을 내비쳐 미국을 압박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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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북한 평양에서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호'로 보이는 문구를 단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SLBM은 지난해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호'보다 탄두를 키운 신형 SLBM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Q. 신형 SLBM(북극성 5호)은 공개하면서 개량형 ICBM이 등장하지 않은 것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 

 

A.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가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이나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무기들은 시험에 성공했거나, 실전에 배치된 무기가 아니어서 구상중이거나 개발 중인 무기들을 실물과 똑같이 제작한 모형일 소지가 높다. 즉 미국을 겨냥한 블러핑(Bluffing, 허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개량형 ICBM의 모형을 제작하는 일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열병식에서 선보이는 것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미국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개량형 ICBM을 블러핑으로 공개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이를 우려해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자초할 무모한 행동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압박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Q. 북한이 지난해 10월 열병식을 통해 공개한 신형무기들이 현실화되고 있는지와 만일 그렇다면 이번 열병식에 개량형 ICBM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그 당시와 비교해 아직 공개할 만큼 진전된 내용이 없어서는 아닌지?

 

A. 북한의 열병식은 신형무기를 성능시험하고 검증해 보이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들의 무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행사라는 점에서 상당부분이 블러핑 성격을 띤다. ‘우리가 적들의 악랄한 경제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이렇게 위력한 무기들을 당당히 개발했다’고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이 목적인 것이다. 

 

지난해 ‘괴물 미사일’이라며 주목을 받았던 화성 15형의 개량형 ICBM도 실제로는 한 번도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개발 중인 무기이다. 따라서 이번 열병식에 지난해 등장했던 ICBM의 개량형 모델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제외한 측면도 있지만 3개월 만에 새롭게 진전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내놓을 수 없었다는 평가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북한의 첨단 무기개발 의지와 능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북한의 정확한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허장성세 성격의 군사력 시위와 엄포에 휘둘린다면 결국 그들의 정치심리전에 말려드는 결과가 된다. 북한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우선돼야 하며, 이후 최악의 안보상황까지 대비하는 것이 우리가 확고히 가져야 할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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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개량형도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공개됐던 KN-23형과 비교해 탄두모양이 바뀌고 바퀴도 한 축 늘어났다 [사진=연합뉴스]

 

Q. 북한이 당 대회와 열병식을 통해 핵 무력을 과시한 이유가 핵 보유를 전제로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하겠다는 의도란 분석도 있다.

 

A.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누가 집권하더라도 적대정책의 본심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주장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북 대화의 문을 닫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핵무력 증강 의지를 분명히 표명한 것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어서, 향후 미·북 협상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의미가 강하다. 지난 미 대선후보 토론 과정에서 바이든이 “핵무기 축소를 약속하면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한 말에 북한은 큰 기대감을 갖고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군축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은 기존의 핵무기(현재 핵)는 인정받고 더 이상 핵무기(미래 핵)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협상을 하려는 심산이다. 여기에 테러 국가들에게 핵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추가함으로써 미국의 환심을 이끌어 내려고 할 것이다.

 

Q. 북한이 빠르면 3-4년 내에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핵잠수함을 개발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는데, 더 이상 핵 폐기 협상이 의미가 있을까? 

 

A. 이는 오히려 현재 북한이 노리는 점이다. “조만간 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게임체임저(game changer) 급인 핵탄두를 장착한 SLBM 탑재 핵잠수함이 등장한다. 이를 막고 싶다면 미국이 먼저 제재를 해제하고 적대 정책을 포기해서 우리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즉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자는 의도이다.

 

그러나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의 완성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북한이 여러 차례 관련 실험을 하고, 성공을 거두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성공이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은 북한의 기술수준이 3-4년 내에 이를 완성하여 실전에 배치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핵잠수함을 완성해 실전배치하려면 매우 어려운 공정과 반복된 실험, 고도의 기술과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핵개발에 사용되는 물자와 장비의 반입뿐만 아니라 현금 유입도 차단된 대북제재 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 핵심기술과 부품은 도입이 불가능하고 쉽사리 접근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북한의 지향 목표이자 김정은이 제시한 과제라고 판단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본다. 

 

따라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주장이 먹혀들게 하려고 북한이 벌이는 허장성세에 미국도 우리도 휘둘려서는 안 된다. 단호하고 철저하게 대비하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와도 확고한 공감대를 갖고 공동으로 보조를 맞춰야 한다.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 프로필 ▶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前 국정원 심리전단장·북핵전략처장, 前 북핵6자회담·남북정상회담 대표단, 前 청와대 NSC 정세평가담당관, 前 미 조지워싱턴대 시거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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