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소득 양극화에 대선에…얽히고설킨 최저임금 셈법

염보연 기자 입력 : 2021.06.16 16:26 ㅣ 수정 : 2021.06.16 16:26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이견…"턱없이 낮다" vs. "일자리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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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왼쪽),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3차 전원회의에 참석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긴장이 팽팽하다. 노동계는 시급 1만원 이상을, 경영계는 동결 수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기업간, 노동자간 실적과 소득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됐고, 내년 봄엔 최대 정치 이슈인 대선이 예정돼 있어 최저임금 산정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다.

 

현행법상 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고시에 앞선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원회는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해야 한다.

 

지난해 실시한 최저임금 협상은 역대 최저 인상률(1.5%)에도 '코로나19 위기'라는 점에 공감하면서 비교적 원만하게 처리됐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의 폭발적 증가로 경제성장률은 4%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생활 물가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내수 개선 흐름은 더딘 상황이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실질 근로소득은 오히려 줄었는데 물가는 올라 생활이 팍팍해진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시급 8720원, 월 환산액 182만2480원)이 1인 가구 생계비의 81.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한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비혼 단신) 1인 생계비는 약 209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182만원보다 약 27만원 높다”며 “현재 최저임금은 턱없이 낮다”고 주장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4일 한국노총과 여야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적정 인상률로 ‘경제성장률(4.0%)+물가상승률(2.3%)’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따른 최저임금 감소 효과 상쇄 등을 감안해 7.0% 수준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릴 경우 오히려 일자리 감소로 노동자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임금 지급 주체인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기업의 수용 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비대면·IT·수출 대기업은 실적이 급격히 회복 중이지만, 최저임금에 민감한 대면·내수·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코로나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행정명령에 따른 영업금지나 영업제한 업종, 음식·숙박·여행 등 대면 서비스업종은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로 생존 위기에 몰려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전북대 최남석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 의하면 최저임금이 현행 872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최소 12만5000개에서 최대 30만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개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 이를 위해 여력이 되지 않는 영세 업자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은 실적이 양호하지만,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업종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2018년과 2019년 과도하게 최저임금을 올렸던 부작용이 여전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여건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서 업종별 노동자별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해 최저임금의 답을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 정부의 지난 4년간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이 7.7%이지만 여러 여건상 이 정도는 어렵고 4∼5%대에서 절충점을 찾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데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면서 실질 최저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도 있는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8∼9% 정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소장은 “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을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지원하고, 원청업체나 협력 대기업, 대리점 본사,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최저임금 상승분을 부담해주는 상생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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