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61)] 무기획득 당위성 미흡한 일부 전력증강 사업 재검토 필요
국방개혁 내세운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과 무기획득 절차 역전된 경항공모함 사업이 대표적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 신작전수행개념 정착되지 못했으나 이를 근거한 전력 소요는 남아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해 12월 22일 세종연구소는 ‘미완의 국방개혁, 성과와 향후 과제’란 제목으로 제2차 세종국방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역대 정부의 국방개혁 추진실태를 평가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특히 현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계획된 부대구조 개편을 임기 내 완료하고 장군 76명 및 병력 50만명 감축도 올해 마무리된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와 관련, 한 국방 전문가는 “국방개혁의 기본 원칙은 안정성”이라며 “개혁한다고 국방이 위험에 노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쉽게 가능한 부대 해체와 병력 감축은 계획대로 진행돼 1개 군단과 1개 사단 외에는 대부분 올해 완료되나, 전력증강은 2030년에 완료될 예정이어서 최소한 5년 이상의 공백이 있는데다 과거 경험상 계획대로 진행될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력증강의 경우 송영무 전 국방장관이 주도한 신작전수행개념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도출된 전력 소요들이 국방개혁 2.0에 포함돼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3조17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다행히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 검토과정에서 최초 사업예산 154억원이 삭감됐다.
하지만 사업은 그대로 남아 있어 올해 다시 예산을 반영할 태세다. 싸우는데 필요한 무기체계라면 군이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나 작전개념이 달라져 필요가 없는데도 계속 요구하는 모양새다. 이런 식이라면 현행 작전계획을 근거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소형무장헬기(LAH) 소요(약 200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모순된 일이 국방개혁의 간판을 달고 버젓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는 예산 삭감 이유로 이미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 아파치 36대가 운용 중이고 주한미군도 아파치 48대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로 도입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헬기전력 증강보다 비대칭전력 증강이 우선이고, 해군 소해헬기 및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도입도 예정돼 있다는 점까지 이유로 적시했다.
■ 전략적·작전적 필요성 검증 부족하고 획득 절차도 준수되지 않아
더 본질적인 문제는 수십조의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전력화 사업 소요결정이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참은 군사전략 및 작전개념에 기반을 두고 합동성 차원의 검토를 거쳐 무기체계 소요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각 군의 요구에 따라 진행되거나,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무기획득 절차가 무시되는 의사결정도 일부 나타난다. 대표적 사례가 경항공모함(이하 경항모) 사업이다.
8조원 규모의 경항모 사업은 지난해 연말 우여곡절 끝에 72억원의 예산이 최초로 반영돼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 진행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정황이 역력히 드러났다. 합참이 무기획득 절차를 거슬러 중기계획 반영 후 중기소요 전환을 결정한데다, 전면에 나서지 않아 해군만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국회도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소리가 나오자 여·야가 함께 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역임한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또한 지난해 연말 한 세미나에서 경항모 사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처럼 경항모 사업은 해군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경항모가 우리기술로 건조될 것이라고 언급하자, 그 후 아무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국방개혁의 기치아래 추진돼온 군 전력증강의 문제가 상당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합참이 전략적·작전적 필요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정해진 무기획득 절차도 준수되지 않은데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무기획득 당위성이 미흡한 일부 전력증강 사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국방부와 합참은 차후 인수위원회 요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대형공격헬기 2차 및 경항모 사업을 비롯하여 국방개혁 2.0에 포함된 전력증강 사업들의 군사적 필요성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후 현재의 추진방향에 문제가 드러난 부분이 있으면 이를 과감히 제기하고 적극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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