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창업공신' 박유진 실장이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까닭은?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6·1 서울시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 중 가장 이색적인 인물은 박유진 후보(더불어민주당. 은평 3선거구)이다. 박유진 후보는 이커머스기업인 위메프 실장이었다. 더욱이 창업공신이다. 하지만 정치를 선택하면서 사표를 냈고 오는 31일자로 수리될 예정이다.
박 후보는 17일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2년 간의 직장경력과 새로운 선택의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 국민대경영학과 졸업 후 제일기획, 위메프 등에서 22년 동안 근무
박 후보는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재학시절인 2000년에 총학생회장을 지냈을 정도로 ‘공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전문가의 길을 개척하고싶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는 ‘유능한 회사원’이었다. 대학 졸업 뒤 2001년에 삼성 계열사인 제일기획에 입사해 5년을 근무했다. 연간 2000억원을 집행하는 삼성전자 광고 전담팀에서 미디어담당 AE로 일했다. 그 다음 직장은 교육기업인 유에이중앙교육이다. 이 곳에서 대학광고팀장을 지냈다. 60개 대학의 광고제작을 맡았다. 대학광고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경쟁 PT만 100번 이상 진행해 ‘PT 박’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이다.
그 다음에 운명적 선택을 했던게 위메프 창업이다. 위메프가 2010년 창업하면서 마케팅을 맡아달라고 요청해서 합류했다. 지난 12년 동안 위메프에서 일했다.
박 후보는 “위메프는 ‘우리가 만드는 가격(We make price)’이라는 뜻으로 제가 지은 회사이름”이라면서 2010년 5월에 티몬, 8월에 쿠팡, 10월에 위메프가 각각 창업돼 오늘날 30조~40조원에 달하는 이커머스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 "김건희 여사 국민대 박사논문 재조사 요구하면서 '정치 선택'에 대한 본격적 고민 시작돼"
안정된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어느 정도 보장된 그가 왜 갑작스럽게 ‘정치’라는 험난한 길을 제2의 인생으로 선택했을까.
박 후보는 ”선거 때마다 출마제안을 적지 않게 받았지만 저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사양했다“면서 ”그런데 지난해 운명같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9월 14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 국민대 박사논문 재조사를 요구하는 민주동문 성명서를 작성해서 발표했다”며 “국민대가 재조사를 하지 않으면 졸업생 200명과 함께 학적포기를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그게 MBC뉴스데스크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했다”는 설명이다.
이때부터 고민은 시작됐다. 과연 정치 밖에서 ‘우아한 비판자’로 살아갈 경우, 후회 없는 인생이 될 것인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지난 대선 때는 적극적인 정치행동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운동을 벌이면서 지난 3월 6일부터 9일까지는 ‘박유진 차용증’이라는 글을 1000여명의 지인에게 보냈다. “내가 책임질테니까 이재명을 뽑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이 후보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박 후보는 “그 충격으로 몸무게가 6킬로그램이나 빠질 정도로 괴로웠다”면서 “가슴속에서 불덩이가 타오르는 상황에서 현역 지역구 시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대안을 찾고 있던 민주당 지역위원회와 상의한 후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관중석에서 우아하게 정치를 조롱하는 대신에 흙탕물 개싸움에 기꺼이 뛰어들어가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좋은개를 끝까지 지켜내야한다는 결심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우아한 비판자 위치 버리고 정치 선택, 정치인은 비판자 아니라 생산자 돼야"
박 후보는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해서) 반정부 활동을 하려고 정치인이 되려는 것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의 출사표는 ‘일자리 꽃 박유진’이다. 서울시의회 의원으로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과제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박 후보는 정치입문을 결심하면서 정치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 결과 정치인은 ‘비판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후보는 “과거에는 비정상 타파를 정치의 목적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 제 나이가 48세이다. 책임질 나이이다”면서 “반정부 투쟁하려고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판단, 기승전 ‘일자리 시의원’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서울시 예산은 44조원에 달하지만 일자리 예산에 대한 별도의 자료가 없고 교육, 복지 등의 부문별로 쪼개져 있다”면서 “제가 서울시의회 의원이 되면 전체 일자리 예산규모를 책정하고 우선 집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구체적 포부를 밝혔다.
박 후보는 “은평뉴타운에서 10년을 산 이웃으로서 불필요한 서울시 예산을 줄여서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22년 동안 기업현장에서 뛰면서 얻은 경험을 녹여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