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537)] 대학까지 나왔는데 택시운전사를 택하는 이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2.09.02 10:26 ㅣ 수정 : 2022.09.02 10:26

일반직장인의 절반 정도만 일하고 돈은 많이 벌 수 있다는 인식 확산되면서 대학졸업자들 중에 택시운전사 선호하는 사람 늘어나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대졸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힘들고, 위험하고, 돈이 안 된다. 일본 사람들이 흔히 택시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이나 번화가 앞에 길게 줄지어 서서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운전하면서 건강도 해치기 쉬운데다가 늘 사고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보니 젊은 사람보다는 중장년의 택시운전사를 떠올리는 게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대학까지 졸업하고도 택시운전사로 취업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 모두 택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크게 차이가 없음에도 양국 젊은이들의 선택이 엇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일본 역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모든 대중교통들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택시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일본 국토교통성의 조사에 의하면 2020년 택시 업계의 운수 수입은 2019년에 비해 40%나 급감한 9100억 엔을 기록했고 택시운전사의 수도 10%나 줄어 24만 명을 기록했다. 코로나로 감소세가 빨라졌을 뿐 2010년과 비교해서도 운수 수입은 50%, 운전사 수는 40% 가까이 감소한 결과다.

 

그럼에도 놀라운 사실은 도쿄의 주요 5대 택시회사의 대졸 택시운전자 채용실적은 작년 한 해에만 491명을 기록하며 10년 전에 비해 약 20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일본 전체로 보면 졸업 후에 바로 택시운전사가 된 대졸자는 924명에 달했다.

 

기존에는 관리직 등에 한해서만 소수의 대졸 신규 채용이 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현상인데 사실 업계 내에서는 2010년경부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당시에는 일본도 마찬가지로 중장년층이 택시를 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높은 평균연령으로 인해 매년 1만 명이 넘는 퇴사자가 발생하게 되자 빠르게 쇠퇴해가는 택시 업계를 살리기 위해 주요 회사들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감행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당연히 대학을 졸업하고 택시 운전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기껏 대학까지 보내며 정성스레 키운 자식을 선뜻 택시운전사로 취업시키겠다는 부모는 더더욱 없었다.

 

그럼에도 택시 회사들은 한 달 근무일수가 일반 기업에 비해 열흘 가량 적은 11일에서 13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과 기본급에 일한 만큼의 추가수당이 붙는 유연한 급여제도를 어필했고 사장들이 직접 채용설명회와 보호자 현장 견학을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주변인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했다.

 

그 결과, 도쿄에서 제일 큰 택시회사인 일본교통(日本交通)은 2012년부터 10년 사이에 대졸 신규채용이 50배 늘어나면서 작년 한 해에만 300명에 가까운 대졸자를 택시운전사로 채용했다.

 

개중에는 일본 제일의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도쿄대학 출신도 있었고 신입사원의 3년 내 퇴사율도 30% 중반을 기록하면서 다른 업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GO, S.RIDE, Uber, DiDi와 같은 스마트폰 배차 어플리케이션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택시 운전사들의 수입도 늘어났는데 주요 택시회사 중 한 곳인 히노마루 교통(日の丸交通)은 대표 배차 어플리케이션인 Uber를 사용하는 운전사와 그렇지 않은 운전사의 운수 수입은 월 18만 엔 정도 차이가 있었고 이에 비례하여 운전사의 월급도 최대 11만 엔 더 올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배차 어플리케이션 GO를 서비스하는 Mobility Technologies측은 늦은 밤 귀가하는 택시 승객은 줄었지만 아침과 낮에 비즈니스 목적의 승객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수요가 골고루 분산되어 운전사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고 택시 한 대당 수익은 이미 2019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계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버스나 지하철같이 불특정 다수와 접촉해야 하는 대중교통보다는 그나마 개인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이동시간에도 업무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2,30대 직장인들의 택시 이용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요회복에 비해 운전사의 인력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택시 운전사의 평균연봉은 산업평균에 비해 200만 엔 정도 낮은 상황인데 택시 업계 관계자들은 개선된 근무환경과 기술발전에 따른 급여상승을 어필하며 기존의 힘들고 위험하고 돈이 안 된다는 택시 운전사의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매력적인 직업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