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83)] 북한 무인기 대응 위한 ‘휴대용 안티드론’ 신속 도입 가로막은 ‘중복 경쟁입찰’ 전면 재검토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1.05 19:16 ㅣ 수정 : 2023.01.06 05:30

시범운용 업체 선정 시 경쟁 거쳤고 군 활용성 인정받아 소요결정됐지만 후속물량 재차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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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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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합참이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자료=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까지 도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 군의 북한 무인기 대응 미흡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군은 ‘2023∼2027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국지방공레이더, 레이저 대공무기 등 북한 무인기 대응전력 확보에 5600억원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중기계획 반영된 안티드론 사업만으로는 북한 무인기 대응 공백 생겨

 

하지만 적 무인기를 탐지하는 국지방공레이더 외에 적 무인기를 직접 파괴(하드킬)하거나 기능을 상실(소프트킬)하게 만드는 ‘안티드론’ 관련 사업은 2가지이다. 하나는 ㈜한화가 연구개발 중인 ‘하드킬’ 방식의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LIG넥스원이 체계개발을 추진하는 ‘소프트킬’ 방식의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체계개발’ 사업이다.

 

현재 시험평가 중인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은 내년에 개발이 완료되나 차량에 탑재해 요격이 가능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Ⅱ’는 2026년에 연구개발을 끝내고 2027년 전력화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또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체계개발’ 사업도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발표에 따르면 사업종료 시점이 2026년 1월이라서 그 이후에야 전력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사업이 완료돼 전력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국방부는 북한 소형무인기 대응수단의 공백을 ‘휴대용 소형무인기 대응체계’를 도입해 메울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휴대용 안티드론’ 사업이 ‘감시정찰용 수직이착륙드론’ 사업과 함께 지난 2020년 최초의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선정돼 시범운용을 마친 후 군 활용성을 인정받아 긴급소요로 결정된 상태다.

 

신속시범획득사업 수의계약 이뤄지지 않아 북한 무인기 대응기회 놓쳐

 

방사청은 지난 2019년 11월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신속시범획득제도를 설명하면서 시범운용 업체 선정은 경쟁입찰로 추진하지만 소요결정 후 후속물량(양산) 사업은 시범운용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요결정까지 진행된 사업들에 대해 방사청은 현재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하고 있다. 제도 시행 당시와 입장이 달라진 상황이다.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된 신속시범획득사업은 2년간 67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총 30개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이 중 현재까지 3개 사업이 군 활용성을 인정받아 긴급소요로 결정됐으나 전력화가 이뤄진 사업은 아직 없다. 원래 취지대로 수의계약이 추진됐다면 ‘휴대용 안티드론’ 사업은 2021년 4월 시범운용이 완료됐기 때문에 지난해 중반쯤 전력화가 이뤄졌을 것이다. 

 

만일 그때 전력화가 이뤄졌다면 이번 북한 무인기 침범 시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이란 얘기가 관련 업체들 사이에서 나온다. 하지만 수의계약이 경쟁입찰로 바뀌는 바람에 재차 업체 선정 과정을 거치면서 해당 업체는 2번째 경쟁을 위한 제안서를 그동안 준비했다. 이와 같은 중복 경쟁입찰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방사청이 ‘국방혁신 4.0’ 일환으로 추진 중인 ‘신속획득 프로세스(Fast-Track)’도 의미가 없다.

 

항공 분야 전문가인 이준곤 건국대 겸임교수는 “휴대용 안티드론이 전력화됐다면 이번 무인기 침범 시 방어체계에 대한 실전 적용을 통해 대응체계를 강화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면서 “K-방산의 수출 신화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체질 개선을 위해 현행 신속획득제도의 문제를 면밀히 점검해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복 경쟁입찰 피할 수 없다면 시범운용 업체에 유리한 평가 이뤄져야

 

한편, 방사청은 신속시범획득사업의 한계가 드러나자 Fast-Track 중 하나로 신속시범획득사업과 신속연구개발사업을 합친 ‘신속시범사업’을 새롭게 만들고 참여업체에게는 최초 전력화 사업에 한해 수의계약을 보장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신속시범획득사업에서 최초 설명할 때와 달리 경쟁입찰로 바뀌는 상황을 겪은 업체들이 얼마나 이 말을 신뢰할까?

 

올해 국방예산에도 신속시범획득사업은 202억원이 반영돼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들은 계속 예산이 투입되면서 중복 경쟁입찰로 진행된다. 새로운 제도인 ‘신속시범사업’이 시행될 경우 기존의 신속시범획득사업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계속 중복 경쟁입찰을 할 수밖에 없다면 시범운용 업체가 유리하게 평가받도록 평가지침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이와 관련, 업체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국회 지적까지 나오자 방사청은 2021년 12월 31일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했다. 시범운용 후 군 활용성을 인정받고 긴급소요로 결정되면 가점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반영된 이후 선정된 사업에만 적용한다고 명시돼 이전에 사업을 수행한 업체들은 가점을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방사청은 지금이라도 이 지침을 소급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수의계약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으면 중복 경쟁입찰에서 평가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것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신속획득 프로세스’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으며, 향후 한국군의 신속획득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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