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1.30 15:34 ㅣ 수정 : 2023.02.23 13:54
항공우주 체계 정비·수리 등 MRO 활동 주력…영·불 등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
2011년부터 세계 방산시장 동향을 파악해 매년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발간해온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지난달 9일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된 연감에 담긴 주요 내용은 방산업체는 물론 연이은 K-방산 수출 성공에 따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국민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에 그 핵심 내용을 분석하여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방위산업 역량이 매우 미약하며, 2017∼2021년간 세계 2위의 무기수입국에 올랐듯이 필요한 무기체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과는 1962년 수교이래 정치, 경제,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이 꾸준히 확대돼왔다. 중동지역 최대 교역국이자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온 주요 우방국 중 하나로서, 한국의 무기수출 규모는 2020년 기준 1.05억 달러에 이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 방위산업 능력은 주로 항공우주 체계의 정비·수리 등 MRO 활동에 집중돼 있다. 주요 기업은 Alsalam Aircraft Company(ASAC)와 Aircraft Accessories and Components Company(AACC)가 있으며, 모두 미국 Boeing과 체결한 협정에 따라 1988년 설립됐다. ASAC는 항공기 조립과 정비 및 개조 분야에, AACC는 항공기 구성품에 대한 종합점검 및 수리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80년대 미국 및 독일 기업과 절충교역 계약에 근거해 소화기 면허생산기지를 최초로 설립했다. 이렇게 절충교역으로 설립된 생산기지에서 공동생산 및 수입장비 운용 유지 등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며, 병력수송용 장갑차 등 연구개발 시설도 일부 설치해 생산역량을 갖추었지만 상당히 제한적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1973년 이후 본격 진출한 영국 다국적 기업인 BAE Systems의 생산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5000명 수준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투기 보급 및 정비와 더불어 지상·공중훈련과 관련된 광범위한 시설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프랑스 다국적 기업인 Thales도 생산기지를 두고 750명의 인원이 근무하면서 다목적 호위함, 지원함 공급 및 군수지원과 함께 항공기용 전자장비, 통신장비 등의 공급도 맡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방위산업 시장은 정부 조직인 군수산업청(GAMI)과 국영 방산기업인 SAMI(Saudi Arabian Military Industries)가 주도하고 있다. GAMI는 국방 연구개발(R&D)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데, 2020년 초 GAMI 소속 산업개발 총책인 압둘라흐만 빈 자라는 전자광학, 지향성 에너지, 레이더, 무선, 사이버보안 기술, 전자기 무기, 인공지능 등 7개 범주 21개 국방기술에 대한 R&D 전략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방산업계는 2014년 합병 활동이 일부 진행됐다. 일례로 BAE Systems는 전자장비 제조업체인 AEC 등 여러 사우디아라비아 회사의 지분과 리야드 비행사관학교의 지분으로 구성된 업체인 OMC를 신설했다. 2016년 리야드 비행사관학교가 OMC 지분 4.1%를 인수했지만 BAE Systems이 여전히 전반적인 지배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6월 OMC는 AEC의 지분을 SAMI에 매각하기로 합의했고, SAMI는 2021년 초 인수를 완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개발 계획을 통해 시행 초기인 2016년 2%에 머물던 방위산업 부문 국내 조달 수준을 14년 동안 50%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예비부품, 장갑차, 탄약 등 일부 영역에서 이미 관련 정책이 시행됐으며, 제조, 유지보수, 수리, R&D 등 영역에서도 광범위한 시행 전략을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현재 지상체계의 경우 M113 장갑차량의 정비 및 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M1A1 주력전차 같은 중무장 장갑차량의 성능개량도 국내에서 추진하고 있다. 군용 차량들은 국영 방산기업 중 하나인 AVF에서 설계 및 생산된다. 이 회사는 일부 장갑차량 및 특수차량의 정비 및 성능개량도 수행하고 있다.
해상체계 분야에서는 함정 설계 및 건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함정 정비 및 수리 작업은 지속되고 있으나, 부품 운용상태, 종합점검 및 훈련을 위해 해외업체에 의존하는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레이더 및 전자통신, 전자전, 인공위성 시스템, 무인항공기 등 첨단기술 연구개발은 Leonardo, Thales, BAE Systems 등 해외업체와 협업으로 수행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10년간 2012∼2016년 대비 2017∼2021년에 무기수입 규모가 27% 증가했다. 2012∼2021년간 무기수입 규모는 약 266억 7000만 TIV로 국가별로는 미국이 68%를 차지하며, 이어 영국(15%), 프랑스, 캐나다 순이다. 장비별로는 항공기가 53.5%로 가장 비중이 컸고 다음으로 미사일(16.6%), 기갑차량(15.9%) 순이다. 반면 무기수출 규모는 동기간 800만 TIV로 미미한 편이다.
주요 획득사업을 살펴보면, 육군은 견인포 및 자주포, 특수지뢰방호차량, 주력전차 등을 도입하고, 해군은 호위함 현대화, 초계함·기뢰전함·연안초계정 등을 도입하며, 공군은 F-15SA 이글, 공격헬기, 경공격 헬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을 도입한다. 향후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의 획득 규모는 약 1400억 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