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진에어, '코로나 긴 터널' 지나 흑자경영으로 날아오른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흑자경영 시대를 맞이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자본 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항공사의 재무구조 악화는 소비자 안전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취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적자폭을 줄여야 한다.
코로나19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방역 완화 흐름을 보이면서 여객 수요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LCC 실적도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주항공·진에어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티웨이항공은 아직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지만 적자폭을 줄일 것으로 기대돼 코로나19 확산 내내 꽉 막혔던 LCC업계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 15분기 만에 흑자전환 일궈낸 제주항공·진에어
제주항공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2994억원과 영업이익 1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2분기 이후 무려 15분기 만에 이룬 흑자전환이다.
이에 힘입어 연기준 영업손실도 큰폭으로 줄었다. 제주항공은 2022년 매출액이 7025억원, 영업손실이 1775억원이다. 2021년 실적은 매출 2730억원과 영업손실 3171억원으로 1년간 매출은 2.6배 증가하고 영업손실은 약 1400억원 줄었다.
진에어도 지난해 4분기(잠정) 매출 2254억원과 영업이익 116억원을 기록해 제주항공과 마찬가지로 1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연기준 실적은 매출 5939억원과 영업손실 672억원이다. 2021년의 경우 매출 2472억원과 영업손실 1853억원이다. 이에 따라 진에어는 1년 동안 매출은 2.4배 늘어났고 영업손실은 1181억원 줄어드는 경영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영업이익이 아직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지만 적자폭 개선이 기대되는 LCC도 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10일 결산실적(잠정) 공시가 예정돼 있다. 증권가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4분기 적자폭을 줄였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4분기에 매출 2050억원, 영업손실 59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예상 실적은 매출 5115억원, 영업손실 1068억원이다.
전망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티웨이항공은 매출 2144억 원과 영업손실 1481억원을 기록한 2021년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은 2.4배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413억원 축소됐다.
에어부산 전망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이 363억원, 210원, 181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4분기는 물론 연간 영업손실도 2021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 日 여객 수요에 실적 반등 이뤄져...올해도 ‘단거리’ 회복세 이어질 듯
지난해 LCC 여객 실적은 사실상 4분기에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이 밝힌 항공사별 분기별 여객 수를 살펴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1분기 1만5574명 △2분기 5만8549명 △3분기 31만6269명 △4분기 106만4115명이다.
진에어는 △1분기 5649명 △2분기 7만5417명 △3분기 27만3674명 △4분기 66만268명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분기 1만2030명 △2분기 4만1804명 △3분기 29만8164명 △4분기 61만4046명, 에어부산은 △1분기 1만189명 △2분기 2만708명 △3분기 16만9671명 △4분기 39만614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1~3분기 여객수를 모두 합쳐도 4분기 절반에도 못미치거나 겨우 넘는 수준이다.
LCC가 4분기에 실적호조를 일궈낸 데에는 단거리 해외 노선, 특히 일본 노선 여객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부터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그 무렵 우리나라는 입국 후 코로나 검사 의무가 폐지돼 한·일 양국간 이동이 원활해진 덕분이다.
지난해 전체 국가 여객 수는 1950만59명이며 이 가운데 일본 여객 수는 300만9252명으로 약 15%를 차지했다.
일본 여객 수를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4만4648명 △2분기 14만549명 △3분기 43만5695명 △4분기 238만8360명으로 전체 여객수의 약 79%가 4분기에 발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9월 1만3796명에 불과했던 일본 수송객수가 △10월 8만9094명 △11월 20만2591명 △12월 26만5130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5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선 주요 원인은 선제적인 일본노선 공급 확대”라며 “지난해 10월 일본 무비자 입국 재개와 함께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주요 한~일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무비자 입국 영향으로 실적 반등이 가속화됐다”며 “B737-800 단일 기종 운용을 통한 비용 효율화 전략이 고(高)환율, 고유가,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업계에서는 당분간 불안정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일본 등 부담이 적은 단거리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일본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한 LCC의 실적 회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천공항의 올해 1월 여객 수송 실적은 384만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월과 비교하면 61.5% 수준”이라며 “해외 여객수가 지난해 12월부터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수영 한화증권연구원은 “국내 주요 LCC들은 2022년 4분기부터 일본 노선 회복세에 올라타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2024년이 되어야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LCC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바닥을 찍은 가운데 2023년이 이들 업계에 '턴어라운드(Turnaround·흑자전환) 원년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나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여객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는 최근 사람들이 비용 부담이 적은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에 따라 올해가 경기침체 조짐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장기간 억눌려 왔던 여행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심리가 분출돼 LCC업계의 실적 개선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