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노조 반발에도 부산행 속도...본점 이전 갈등 고조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산업은행이 조직개편과 직원 인사 이동 등 본점 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가 위법성을 지적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부산 이전을 두고 내부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노동조합(노조)은 지난 8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불법 부산 이전에 대한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노조는 “산은 강석훈 회장이 업무상 필요성이 없음에도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1항을 위반해 본점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직원 45명을 발령 내는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가처분신청서에 덧붙여 산은 직원 및 가족 2700여 명이 날인한 불법 행위 규탄 탄원서와 불법 전보발령 효력을 정지할 것을 촉구하는 현역 국회의원 및 정당 대표 17인의 의견서도 함께 제출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말 동남권 영업 조직을 대폭 확대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국내 지점 영업을 총괄하는 중소중견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관련 부서 인원을 동남권으로 이동시킨다. 이와 함께 부산국제금융센터에(BIFC)에 소재한 해양산업금융실도 기존 1실 체제에서 2실 체제로 개편, 조선사 여신 등 해양산업 관련 영업자산을 이관하는 등 영업조직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본점 직원도 정기인사를 통해 상당수 전보발령을 실시했다. 하지만 부산으로 발령난 직원들의 업무 공간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산은은 지난해 말 해양산업금융2실 신설공사를 위해 입찰공고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당장 직원들은 사무실이 마련되기 전까지 서울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근무하게 될 예정이다.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국회 동의를 얻어 산은법을 개정해야한다. 노조는 이 같은 조직개편이 법 개정 전 사실상 본점 이전 관련 작업으로 보고 산은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로 규정했다.
이날 노조는 “지역성장금융실이 산은의 8개 지역본부 및 60개 지점을 기획·통할하는 부서로 명백히 본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해당 부서들이 속해 있는 ‘지역성장부문’은 부산에서 실질적인 제2 본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이는 산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수도권 다음으로 동남권에 가장 많은 지점과 인력을 배치해 금융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동남권 지역에 직원을 추가로 배치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산업은행 본점 이전은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합의가 선행돼야 하나, 강석훈 회장은 사무실과 직원 숙소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불법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며 전보발령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산은은 법 개정 전 본점 이전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은은 최근 조직개편에 이어 10억원 규모의 본점 이전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산은은 지난 7일 ‘국정과제인 산은 지방이전 추진 시 한국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외부 자문사 용역 입찰 공고에 나섰다. 오는 28일까지 계약 체결이 목표로, 10억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됐다.
컨설팅 제안 세부사항으로는 지방이전 정책적 추진방향 고찰, 업무, 조직, 인력 등 분야별 역량 강화방안 검토, 장기 발전방향 및 비전 달성을 위한 역량 강화방안, 적정 이전 규모 산정 및 정책효과 분석, 중장기 인사관리 체계 마련 등이다.
산은 본점이 이전했을 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외부에 묻겠단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부산 이전이 확정된 상태도 아닌데 돈을 10억원이나 들여 용역사업을 벌이는 것은 부적절 하다”며 “여러차례 반대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사측은 강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에는 감사원에 강석훈 회장과 산은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강 회장이 법률·정관을 위반해 부산 이전 준비단을 설치했고, 본점 일부를 이전했다는게 청구의 주된 내용이다. 노조는 조직개편 적절성은 물론 이번 컨설팅 용역 사업도 감사 항목에 포함시켰다.
산은 관계자는 “조직 개편은 영업 확대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컨설팅 또한 행정적인 준비 작업으로 본점 이전과 관련한 법적인 절차와는 별개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