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 탈인 미국 고용통계, 연준 금리 추가인상 경고에 시장 벌벌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아무리봐도 미국경제는 아이러니다. 경제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도 고용통계를 보면 일할 사람은 없고 일자리가 넘쳐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했으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이렇게 강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다.
1월 고용통계가 나온 이후 미국증시는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지 모른다는 경계감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일(현지시간) 전거래일 보다 1.38% 하락했다.
고용통계가 나오기전만해도 뉴욕증시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사실상 끝물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에 연일 상승세를 탔다. 테슬라 등 일부 기술주들은 저점대비 단기적으로 70% 이상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오랜 침체장을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고용통계로 좋았던 분위기는 다시 냉랭하게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 시장의 예상을 깬 1월 노동시장 지표에 대해 연준이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필요를 입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정도일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고용통계에 증시가 몸서리를 치는 이유는 연준이 유화적으로 접근했던 긴축정책의 고삐를 다시 바짝 조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긴축정책이 왜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절차인지 보여준다”며 “예상과 다른 경제지표가 나올 경우 향후 금리 인상 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월 고용통계를 보면 미국은 비농업부문에서 일자리가 51만5000개가 새로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전망치는 18만7000개였는데, 거의 3배 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일자리가 많아졌다는 것은 미국경제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인플레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연준 입장에선 그리 달가운게 아니다. 고용주 입장에선 사람을 쓰기 위해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해야 하고, 임금이 오르면 인플레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작년에 이미 상당부분 올랐는데 올해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뉴저지의 경우 작년 최저시급은 13달러로, 그 전해에 비해 1달러가량 올랐다. 뉴욕, 워싱턴, 일리노이 등 대부분의 주들에서 최저시급은 5% 정도 올랐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기 위해선 최저시급보다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임금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최저시급은 14달러지만, 실제는 20달러, 25달러까지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일할 사람은 없고 일자리가 넘치다보니 실업률은 3.4%까지 낮아졌다. 이는 1969년 5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연준으로 하여금 물가잡기에 더 강한 충격요법을 줄 수 있는 여지를 던져준 것이다. 연준은 물가와 함께 경제후퇴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어 상태가 좋다면 고용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오직 물가잡기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주택과 서비스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상품가격에서는 디스인플레가 시작되었지만 주택과 서비스 시장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그 물가도 내려오려면 일정 기간 금리를 긴축 기조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시장은 미국 경제지표가 좋게 나올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하는 상황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