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퓨얼셀 정형락 호(號), '3가지 마술지팡이'로 영업이익 6배 늘린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국내 대표 수소 기업 두산퓨얼셀(대표 정형락·사진)이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을 뒤로 하고, 올해는 정부의 전폭적인 수소산업 지원제도, 국내 신사업 그리고 글로벌 경영 등 '3마리 토끼'를 잡아 고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수소를 활용한 발전 사업에 특화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게재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국내 발전용 전지시장 누적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수소 산업이 더 발전하면 두산퓨얼셀도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매출액이 3121억원, 영업이익이 72억원으로 2021년 매출 3814억원, 영업이익 180억원과 비교해 각각 18%, 60% 하락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은 발전사업자에 청정수소 발전을 의무화하는 청정수소발전제도(CHPS·Clean Hydrogen Portfolio Standards)가 신속하게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CHPS는 전력 생산·판매 업체들에게 수소 연료전지 발전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CHPS 통과가 늦어졌기 때문에 많은 발전사업자들이 신규 수소 발전 프로젝트 발주를 늦췄다"며 "그러나 CHPS 관련법이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소 연료전지 발전에 특화돼 있는 두산퓨얼셀이 올해부터 여러 발전사업자로부터 관련 사업을 대거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수소사업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되면서 수소 사업이 '국내용 사업'이라는 비아냥도 사라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두산퓨얼셀이 수년간 야심차게 준비해온 트라이젠((Tri-gen) 사업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트라이젠은 전기, 수소, 열 등 3가지를 동시에 생산해 공급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이다.
이 같은 긍정적인 사업 전망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올해 두산퓨얼셀이 매출 5651억원, 영업이익 42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실적의 6배에 달하는 규모로 사업 성장 전망이 더욱 기대된다.
■ RPS 제도와 별도로 운영되는 CHPS 성장잠재력에 기대 커
그동안 수소 연료전지 발전은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에 포함돼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영역으로 묶였다.
이에 따라 대다수 발전사업자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기술이 요구되는 수소 연료전지 대신 태양광·풍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했다. 이 같은 상황은 두산퓨얼셀의 수소 연료전지 프로젝트 수주와 유지·보수 사업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발전사업자는 CHPS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RPS 의무를 다하기 위해 기존에 해온 태양광, 풍력을 사용해 전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CHPS 도입으로 수소연료전지를 통한 발전사업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 생산 방식인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CHPS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CHPS 제도는 지난해 국회 본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를 통해 CHPS 제도는 올해부터 RPS와 별도로 입찰 시장을 개설해 전력거래가 이뤄지고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일정 규모 이상 수소 연료전지 발전 의무를 지게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CHPS 제도 도입으로 수소 연료전지 사업이 더욱 확대되고 수소경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CHPS 시행으로 주요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갖춰 중장기 수소 프로젝트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두산퓨얼셀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CHPS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두산퓨얼셀은 시장 규모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297MW를 수주해 연간 목표치 240MW를 뛰어 넘었다”며 “올해는 국내 수주 규모가 240MW로 예상되며 지난해처럼 해외 수주가 이어진다면 연간 목표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두산퓨얼셀 수소사업, 중국·호주 등 해외 진출 본격화
두산퓨얼셀은 2021년 중국 광동성 아파트단지에 1.8MW 규모 수소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공급하면서 첫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사업 발주사는 중국 에너지 기업 ZKRG이며 사업 규모는 15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11월 ZKRG와 대규모 수소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합작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두산퓨얼셀은 105MW 규모 수소연료전지를 중국에 단계적으로 수출한다. 이에 따른 총 사업 규모는 3469억원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합작사 설립을 통해 중국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장 인프라 구축을 돕고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관련 제품 판매에 협력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퓨얼셀과 ZKRG가 지난해 체결한 사업 총액이 2021년 계약 금액에 비해 수 십 배에 이르며 수소 연료전지 공급물량도 수 십 배 규모여서 수출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중국은 2025년까지 약 1500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설비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양사의 합작사 설립으로 추가 수주 물량 확보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두산퓨얼셀은 중국 뿐만 아니라 호주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2월 남호주 주(州)정부와 ㈜두산 자회사 하이엑시엄(Hyaxiom)이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이엑시엄은 과거 두산퓨얼셀 아메리카라는 이름으로 활약해왔으며 현재는 (주)두산의 100% 자회사다.
이날 협약식에서 정형락 두산퓨얼셀 사장은 “호주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친환경 에너지원이 풍부해 이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이 쉽고 가격경쟁력도 높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호주에서 수소 관련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친환경 수소를 뜻한다.
남호주 주정부는 세계적인 친환경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2022년 기준 전체 전력생산량 가운데 약 68%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10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호주 주정부는 250MW 규모 수전해 시설, 200MW 규모 수소발전소, 수소저장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계획과 일정을 마련했다.
두산퓨얼셀이 새롭게 형성되는 호주 수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 트라이젠 기술로 1조5000억원대 수소충전소 시장 공략 나서
두산퓨얼셀이 수년간 추진해왔던 트라이젠 사업이 마침내 본궤도에 오른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이 트라이젠을 운용하면 수소충전소 사업으로 해마다 약 20억~30억의 매출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660기를 조성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두산퓨얼셀은 트라이젠 기술을 활용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인 수소충전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2021년 3월 사업목적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변경된 안건에는 △수소용품의 제조, 판매, 서비스업 △수소생산시설, 수소연료공급시설의 설치 및 운영사업 △전기자동차 충전사업 등이 포함됐다.
트라이젠은 수소자동차와 리튬배터리 전기차에 모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이 같은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
이후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참가해 트라이젠 실증작업을 마무리 짓고 2023년부터 SK에너지와 협력해 트라이젠을 전국 곳곳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퓨얼셀과 SK에너지는 지난해 11월 ‘수소충전형 연료전지 활용 공동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두산퓨얼셀은 트라이젠의 공급, 설치,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SK에너지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소 고순도화 설비를 공급, 운영, 유지보수에 나설 방침이다.
새로운 사업으로 미래 에너지 시장 공략에 나서는 두산퓨얼셀의 행보에 눈길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