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3.24 08:26 ㅣ 수정 : 2023.03.24 08:26
인뱅 인가 때 중저신용 대출 공급 확대 의무 고금리에 잠재 부실 우려···건전성 이미 악화 의무완화 요청에 당국 “보완재적 역할” 불허 인뱅 부담은 가중··“신용평가 고도화로 돌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뱅)들이 건의한 중저신용(중금리) 대출 의무 비중 완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인뱅의 설립 취지를 고려했을 때 섣부른 의무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기조는 올해 중저신용 대출을 더 늘려야 하는 인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건전성 지표 곳곳에 고금리 충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여신 포트폴리오 전략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진행된 ‘제4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및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인뱅의 중저신용자 의무 대출 비중 완화보다는 위험 관리 능력 제고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TF 참석자들은 “의무를 완화할 경우 중저신용자들이 보다 높은 금리에 노출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인뱅은 금리 단층을 해소하는 보완재적 역할을 지속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저신용 대출 공급이라는 인뱅의 설립 취지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인뱅에 대한 은행업 인가 당시 중저신용 대출 확대를 조건으로 걸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이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포용금융’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뱅 3사는 매년 전체 신용대출(잔액 기준) 중 일정 비중 이상을 중저신용에 내줘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케이뱅크 25.1% ▲카카오뱅크 25.4% ▲토스뱅크 40.4% 등이었다. 올해는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 ▲토스뱅크 44%로 목표치가 상향됐다.
문제는 금리 상승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금리가 뛰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 약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 비중이 늘어날수록 잠재 부실 가능성이 커지는 건 인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뱅들의 건전성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뱅들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케이뱅크 0.95% ▲카카오뱅크 0.36% ▲토스뱅크 0.53%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14~0.52%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NPL 비율은 은행의 총 여신(대출)에서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말 5대 시중은행 NPL 비율이 0.19~0.26%인 걸 고려하면 인뱅의 중저신용 대출 확대가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인뱅들은 출범 이후 금융권 ‘메기’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건전성 이슈에 휘말리곤 했다. 플랫폼 경쟁력으로 무장해 빠르게 외형을 확장하면서도 핵심 고객층이 중저신용 차주라는 이유에 잠재 부실 우려가 따라다녔다.
인뱅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는 3개년도 계획을 한 번에 제출했는데, 당시 최근의 경기 상황이 반영되지 못 한 채 산출됐다. 중저신용 대출 공급 확대와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나타날 리스크를 반영하는데 제한이 있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중저신용 의무 비중 완화 불허 방침에 따라 인뱅들의 여신 포트폴리오도 보수적으로 운용될 전망이다.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통한 상환 능력 평가로 건전성 지표 악화를 방어하는 게 우선 과제로 꼽힌다.
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전세대출 등 담보 대출 확대를 통한 안정성·수익성 제고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손실 흡수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꾸준히 늘려가는 추세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중저신용 대출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목표 달성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작년 사업 결과 연체율이나 NPL 비율이 오른 게 확인된 만큼 ‘건전한 중저신용자’를 적극 발굴해 대출 기회 확대와 포용 금융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