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반도체굴기 흔들기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급망시장서 반사이익
반도체 업황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시장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혹한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43%나 급증했던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3월 매출은 4년만에 처음 감소로 돌아섰다. 올해 전체로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거나, 한 자리수 증가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PC시장이 역대급 침체에 빠져들었고 스마트폰 시장도 하강 흐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침체의 골을 깊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쇼크로 불리는 이번 침체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중국은 첨단 반도체 자급을 위해 2014년 60조원 규모의 국가 펀드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설립하고 대대적인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섰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이른바 반도체 굴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집중견제에 막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만 소재 기술 부문 시장조사 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미국의 다각적인 압박전술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역학에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던 D램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퇴조하고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한국시장 점유율이 64%까지 올라가는 반면 중국 점유율은 14%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그동안 반도체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힘입어 수년간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왔다. 중국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를 앞세운 중국은 2030년 한국을 제치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지만 미국정부가 18nm(나오미터)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 중국기업에 반도체 장비수출을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정부가 YMTC 등 중국기업 36개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린 이후 수많은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파산하거나 생산축소에 들어갔다.
여기에 맞서 중국정부는 YMTC가 갖고 있는 자체 기술과 자국 장비로 규제를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YMTC가 중국 국영투자사 3군데서 7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중국정부의 밀어주기 전략 때문이다.
하지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올해 14%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홀로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 플래시 생산 부문에서도 한국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란 예상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2024년 39%로 반등하는 반면, 중국 점유율은 24%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5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져 한국이 43%, 중국은 18%로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은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2021년 점유율이 4%에 불과했으나 2022년 21%로 급증했고, 올해는 31%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내리막길을 접어들어 24%로 다시 시장점유율이 축소되고 2년 뒤에는 그 비중이 18%대로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인위적인 시장재편 조치로 그동안 고속성장을 구가했던 중국 반도체 산업이 올해부터 최대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