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이 비대면 금융과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뱅킹앱’에 힘을 주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 경쟁력으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세가 이어졌으나, 최근 시중은행의 추격이 매섭다. 은행들은 가입자 뿐 아니라 실제 방문 고객을 늘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은 한 달 동안 뱅킹앱을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인 월간활성이용자수(MAU)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의 디지털 전략 방향이나 성과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 MAU 강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쪽이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MAU가 1644만명에 달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된 접근성으로 이용 편의성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100% 비대면 영업 체제인 인터넷전문은행은 MAU 확대가 고객 기반과 직결되기 때문에 주요 경영 과제로 삼아왔는데, 최근엔 시중은행도 경쟁에 참전했다. 금융권에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플랫폼 경쟁력 제고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은 올 1분기 MAU가 1119만명으로 카카오뱅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중은행 최초로 1000만명을 넘어선 뒤 약 9개월 만에 100만명 넘게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연내 MAU 목표를 1500만명으로 설정했다.
신한은행의 ‘신한 쏠(SOL)’ 역시 2022년 1분기 810만명이던 MAU는 올 1분기 940만명까지 증가하며 연내 10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도 같은 기간 562만명에서 702만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는 500~600만명대로 추산된다.
뱅킹앱 MAU 성장은 비대면 금융 상품 취급 확대로 이어졌다. 일례로 우리은행의 경우 올 1분기 신용대출 중 비대면 비중이 71.2%로 전년동기(68.5%) 대비 2.7%포인트(p) 늘었다. 예·적금이나 펀드 등의 상품에서도 비대면 비중은 증가세다.
최근 시중은행이 오프라인 점포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에 고객 접점도 줄어들고 있는 만큼 MAU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은행권에선 고객을 뱅킹앱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게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사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금산(금융-산업)분리 규제 완화에 따라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비(非)금융 서비스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뱅킹앱 MAU 확대 필요성을 더한다. 단순 예금 송금이나 상품 가입을 넘어 다양한 파생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우선 뱅킹앱의 접근·편의성 제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성 은행의 뱅킹앱은 답답하고 복잡하다’는 고객 인식을 바꾸기 위함이다. 각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 MAU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어넣고 있다.
국민은행 ‘KB스타뱅킹’은 은행 뿐 아니라 증권·보험·카드 등의 기능을 합친 허브(Hub) 플랫폼으로 진화했고, 신한은행이 ‘신한 쏠’은 처리 속도를 예전보다 최대 4배 빠르게 하고 고객이 직접 홈 화면 메뉴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를 고객 중심으로 개편해 초(超)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금융그룹 차원에서 ‘우리WON뱅킹’을 새롭게 재구축하기 위한 ‘뉴원추진부’를 신설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조직 내부에서도 뱅킹앱 고도화 사업과 관련한 부서나 인력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단 무거운 앱을 직관적이고 빠르게 구동하는 게 우선”이라며 “앞으로는 누가 더 고객 친화적인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