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삼성전자와 차량용 반도체 협력 강화
반도체와 더불어 자동차는 국내 경제/산업을 먹여 살리는 핵심으로서 미국, 일본 및 독일 등 선진국들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자국내 글로벌 기업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분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개도국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등극한 유일무이한 사례로 평가된다. 체크공화국의 스코다와 말레이시아의 프로톤 사가 등이 있지만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전환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됨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환골탈태를 요구받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는 종합자동차메이커가 우월할 수밖에 없지만 AI 등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다. 특히 토요타는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뒤졌지만 최근 각성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자율주행차 상황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현대기아차가 지난 90년대 중반 삼성자동차의 출범 이후 소원했던 관계에서 전환하여 삼성전자와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뉴스가 6월 초 보도되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V920’을 2025년부터 공급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IVI인 V920은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차량 상태 및 운행 정보를 전달하며, 고화질의 멀티미디어를 재생시켜줄 뿐만 아니라 고(高)사양 게임 등 오락기능을 수행한다.
• 현대기아차 차량용 반도체, 삼성전자에서 2025년부터 공급받을 예정
특히 이 제품은 글로벌 팹리스 기업인 ARM의 최신 전장용 CPU 10개가 탑재된 데카코어 프로세서로서 기존 CPU 대비 1.7배의 성능을 제공한다.
아울러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차세대 GPU도 탑재하여 최대 2배 빨라진 그래픽 처리 성능을 제공하며, 최신 연산코어를 적용함으로써 신경망처리장치(NPU: Neural Processing Unit)의 성능도 약 2.7배 강화하였다.
이 외에도 차량용 시스템의 안전기준인 ‘ASIL(Automotive Safety Integrity)’를 지원하여 차량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오작동을 방지하는 등 높은 안정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양사의 협력 추진은 현대기아차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과 IVI의 핵심 칩 설계와 생산을 삼성전자에 위탁하는 것으로 지난 3월 중순부터 공식화되었다.
삼성전자의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시스템 LSI사업부는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현대기아차와 차량용 반도체 설계분야 협업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가 삼성전자에 ADAS 칩과 IVI 칩, 그리고 양자를 연결하는 커넥티비티 칩 개발을 의뢰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5나노 공정을 활용하여 2022년 10월부터 개발을 시작하였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LSI사업부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관련하여 아우디의 IVI 반도체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아우디의 신규차량용 SoC(System on Chip)도 코아시아와 공동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테슬라가 최초로 내재화한 자율주행용 SoC도 설계와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퀄컴, 엔비디아 및 인텔 등으로부터 IVI 반도체를 조달해왔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예상치 못한 심각한 반도체 부족 및 가격 상승을 직면함에 따라 완전 내재화는 아닐지라도 국내 반도체 조달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사의 회장이 2020년 중반 양사를 교차 방문하였음은 물론 당시 정부도 양사의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 ‘바퀴 달린 컴퓨터’인 자동차, 더 높은 신뢰성과 정교한 반도체 요구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보통 200~3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가며 전기차에는 1천개가 넘는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차량용 반도체 사용 증가는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추세에 따라 더욱 급증하여 향후 2천개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른 추정에 의하면 오늘날 자동차에는 평균 1400~1500개의 반도체가 탑재되고 있지만 향후 3천개에 달할 것이라고도 한다.
무엇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점점 더 정교한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전기차에는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더 고성능의 반도체가 사용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보다 확장된 연산 및 데이터 저장능력을 요구함에 따라 소요되는 제어 및 메모리 반도체의 수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센서만 해도 자율주행 단계별로 L1은 2개, L2는 6개, 그리고 L3는 8개 정도인데 비해 L5는 20개 정도를 필요로 한다.
<분야별 차량용 반도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여타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칩보다 내구성과 신뢰성이 더 높아야 한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작동해야하기 때문인데 가동온도 조건만 해도 영하 40도에서 영상 155도에 이르는 광범위한 온도 범위에서 작동할 것을 필요로 한다.
• 차량용 반도체 시장, 2029년에는 2배로 증가한 약 1480억달러 전망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S&P의 3월 초 전망에 따르면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 699억달러를 넘어섰는데 향후 7년간 연평균 약 11%의 성장을 지속하여 2029년 말에는 2배 이상 성장한 1480억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배경에는 지난 수년간 지속된 자동차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첨단 안전 장비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채택하는 차량이 늘어나면서 차량당 반도체 탑재량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는 첨단 디스플레이와 다양한 ADAS 센서 등 더 많은 반도체가 장착되어 있다.
이에 따라 S&P는 애프터 마켓 및 상용차 시장을 제외하고 자동차 1대당 평균 반도체 사용액이 2022년 854달러에서 2029년 1542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차량용 전자장치가 자동차 판매에 미치는 영향보다 장비 또는 재료 가용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전동화 및 자율주행화 추세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은 제한되어 있고 글로벌 제조업체의 생산라인 확장 의지도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IRA에 따른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 재구축 움직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내 글로벌 전기차/자율주행차 및 반도체 기업 간의 협력 강화는 우리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