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계, '로터 세일'로 친환경 첨단 선박 기술 일궈낸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조선·해운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건조·도입에 이어 ‘로터세일(Rotor Sail)'에 눈을 돌리는 등 새로운 친환경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해운업계는 최근까지 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선박에 장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업계는 이에 그치지 않고 로터세일이라는 풍력보조 추진장치를 장착해 연료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추가 절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로터세일 기술은 과거 수 십 년 전에 이미 개발됐지만 아직까지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친환경 선박 성능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과거에 개발한 로터세일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접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3∼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IMO)의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 조선·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운영 중인 선박 속도를 유지하며 화석연료를 덜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로터세일 활용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터세일은 선박 온보드(갑판)에 설치되는 원기둥 모양의 구조물이다. 이를 통해 선박은 운항할 때 불어오는 바람과 회전하는 원기둥에서 발생하는 매그너스 효과(Magnus effect)를 활용해 선박이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더 얻을 수 있다.
매그너스 효과는 유체(액체 또는 기체) 속에서 회전하는 물체에서 물체와 유체 사이에 상대속도가 존재할 때 그 물체 속도에 수직인 방향으로 힘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터세일 시스템이 선박에 적용되면 6~8% 수준의 연료 절감 효과와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는 에너지효율지수(EEXI) 및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 준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로터세일을 현재 운항하는 선박에 적용하면 개조나 설치를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러 선사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에도 비교적 쉽다.
이러한 장점이 부각되면서 로터세일이 IMO 제80차 MEPC 회의에서 이목을 끌었다.
영국정부가 밝힌 '청정해양계획(Clean Maritime Plan)' 자료에 따르면 로터세일 등을 포함한 풍력추진기술 시장은 오는 2050년까지 20억 파운드(약 3조3000억원)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완전한 친환경 선박이 등장하기 까지 로터세일 등 기자재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터 세일 시장이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HD현대중공업-한국선급, 로터세일 실증과 도입 위해 맞손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각종 신기술의 신뢰성과 기술적합성을 평가하는 한국선급(KR)으로부터 자사 로터세일 기술 '고정식 ‘Hi-로터’에 대한 설계승인을 획득했다.
로터세일에 대한 설계승인은 지난 2020년 12월 KR의 기본승인(AIP) 획득 이후 이뤄진 것이며 국내 조선소 가운데 최초로 AIP 다음 단계로 나아간 셈이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한국 대표 조선사 역량을 거듭 과시했다.
설계 승인은 선급 기술규칙의 각 규정에 따라 선박용 기기에 미리 요목(중요한 항목), 구조, 치수 및 재료 등을 기재한 도면이 표준설계도면으로 적합하다는 것을 인증 받는 단계다.
AIP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본설계의 기술적 적합성 등을 검증하는 단계에서 부여되는 인증이다.
Hi-로터는 전기모터와 회전자를 연결하는 구동부 관련 감속기어 방식을 사용해 기존 상용제품의 벨트방식에 비해 안전성이 대폭 개선된 점이 특징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고정식 Hi-로터의 설계 인증이 마무리된 후 육상 실증품을 제작해 육상 실증을 진행 중이며 접이식 제품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며 "접는 구조물 설계를 마치고 최근 KR로부터 설계 인증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Hi-로터를 적용한 선박을 수주 받은 실적은 아직 없다"며 "다만 Hi-로터 적용에 관심을 보이며 문의하는 선주들이 많아 향후 선주들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산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도 자체적인 로터세일 개발에 나섰다.
KRISO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의 로터세일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상용화된 로터세일은 기계식으로 베어링이 원통(Rotor)을 돌려 회전하면서 마찰에 의한 소음, 진동, 효율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비해 KRISO가 개발한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 로터세일은 베어링과 로터가 접촉하지 않아 소음, 진동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마찰과 마모가 거의 없어 내구성이 우수하고 유지보수가 쉽다.
KISRO의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 로터세일은 지난해 12월 한국선급으로부터 AIP를 획득해 기술력을 공식 인정 받았다.
KRISO 관계자는 “해양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해운, 조선 및 기자재 업계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 로터세일'을 포함한 다양한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에 질세라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 로터세일을 적용한 초대형유조선(VLCC)을 개발해 영국 선급 로이드(LR)로부터 AIP를 획득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경남 거제시, 거제시의회, 방재시험연구원 등과 로터세일 실증센터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실증센터는 올해 거제도에서 착공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 역시 지난 2021년 3월 노르웨이 선급 DNV로부터 AIP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