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3)] 북한당국의 정책과 주민들의 대책이 충돌 중
[기사요약]
추수기에 북한시장에선 식량가격이 오르는 기현상 발생
북한시장에는 유통 마진에 따른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북한당국의 정책과 주민들의 대책이 충돌하고 있다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가을 추수기인데 북한시장의 식량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월에는 접경지역 도시들의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다, 10월에는 평양 등 내부에서도 상승하고 있다.
• 추수기에 시장 쌀가격이 오르는 기현상
평상시 1kg당 5천 북한원(시장환율은 1달러당 대략 8천 북한원)하던 쌀가격은 1kg당 7천 북한원에 육박하고 있다.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식량지원은 필요없다’고 했다고 한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는 북한의 식량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이지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최근 노동신문 보도(10월9일자)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가을걷이와 낟알털기가 한창이며, 일부에서는 결산분배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서해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 전년대비 정보당 1톤 이상의 수확량 증가를 이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1정보당 5톤 이상을 수확하면 풍년이라고 한다. 유래 없는 풍년을 맞이했다는 북한당국의 선전을 감안할 때 지금 시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식량가격 상승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 오랜 기간 형성되어 온 북한 시장유통의 이해관계
북한당국은 총량적 측면에서 생산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아직 추수기이기 때문에 햇알곡은 시장에 출하되지 않고 있다. 적어도 결산분배가 마무리되는 10월말에서 12월에 걸쳐 시장으로 출하될 것이다.
북한당국은 식량판매소를 운영하고 있다. 시장가격에 비해 10~20% 정도 낮은 가격으로 식량을 판매하는 곳이다. 최근 북한은 식량판매소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농장으로부터 식량 수매를 강화해 가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북한주민들은 시장을 선호한다. 식량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식량은 시장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지 않고, 판매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은 시장 식량가격의 안정을 도모할 뿐 아니라 식량거래 자체를 식량판매소로 옮기려고 하는 의도를 보이고는 있다. 따라서 북한당국은 되도록 많은 양을 수매하려고 한다.
반면 북한시장은 20여년 이상에 걸쳐 식량 거래와 관련한 유통시스템이 형성, 발전되어 왔다. 유통시스템의 형성은 전후방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생산부문에서는 국가 수매보다 이윤이 많이 나는 시장과의 거래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산부문은 최대한 생산량을 적게 보고하려 할 것이며, 이를 위한 방법 자체가 다양하게 발전해 있을 것이다.
유통부문에서는 생산부문에 종자, 농기계 등을 지원하면서 입도선매(立稻先賣)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기 때문에 생산과 유통부문에서 이해관계가 더 깊을 수 있다.
여기에는 북한 관료들의 이해관계도 작용한다. 일종의 부패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접점일 수 있다. 도정과정과 알곡 건조 과정 등에서 무게를 조작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유통부문에서는 도매상과 소매상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다. 수집도매상과 전국망의 도매상들도 연계되어 있다. 전국망의 도매상들은 지역 도매상 및 시장 소매상들과 유통단계별 이윤을 나누며 공생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 북한당국과 주민 간 정책과 대책이 충돌 중
북한당국이 이러한 유통시스템을 단번에 국가유통망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국가수매량을 강제적으로 늘리면서 식량 공급력을 확보하는 한편 가격조정을 통해 북한 소비자들의 행동을 식량판매소로 옮기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시장이 반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즉 식량판매소에서 판매할 수 있는 국가수매량을 최소화하는 것은 일종의 세금을 줄이기 위한 절세 또는 탈세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결산분배의 시기에 이 현상은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이렇듯 곡물가격 상승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현상이 아니라 ‘정책과 대책’의 충돌에서 야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주민들은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는 말을 한다. 당국의 정책에 대응하는 주민들의 대책이 충돌하는 접점이 식량 유통시스템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식량가격을 조절하는 식량판매소에는 아직 햇알곡이 분배되지 않고 있어서 식량이 없다. 주민들은 식량판매소를 신뢰하지 않으니까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고, 시장가격은 오르게 된다.
도매상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현시기에 식량 출하를 줄이게 되니까 소매상들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향후에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세금을 걷으려는 북한당국과 세금을 회피하려는 북한주민들과의 숨바꼭질은 북한의 세금제도가 공식화되고 안정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최근 들어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반발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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