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3분기 실적을 연이어 발표하는 가운데 금융지주계 증권사 4곳(KB·NH투자·신한투자·하나)의 희비가 갈렸다.
업계는 대체로 증권사들이 금리 상승 여파와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증시 침체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증시 부진으로 올 1분기 증권사들의 성적표를 뒷받침했던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이 쪼그라들면서 이번 분기뿐 아니라 4분기까지도 실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대거 쌓는 사례도 암울한 실적을 부채질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KB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먼저 올 3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고금리 장기화 속 증권사별 실적은 엇갈렸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비교적 선방한 반면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과 달리,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당기순손실을 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자산관리(WM)와 채권 운용 부문에서 괜찮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한 KB증권은 영업외손실 규모가 급감(상반기 1267억원→3분기 24억원)하며 선방했다.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1531억원으로 35.71% 증가했다.
KB증권은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브로커리지 등 전 사업 분야에서 고른 성적표를 받으면서 영업이익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도 3분기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84억원으로 72.9% 개선됐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악화된 영업환경을 고려 시 무난한 실적으로 해석된다”며 “3분기 거래대금 증가 효과로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과 이자손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3분기 적자를 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38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올 3분기에는 1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주식시장 거래대금 회복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이익이 증가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 등에 따른 자기매매손익 감소 및 영업외이익 부문에서 사모펀드 관련 사적화해로 인한 비용 약 1200억원이 발생하면서 순손실을 내게 됐다.
하나증권도 올 3분기 48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발생시키며, 누적 기준 당기순손실이 14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증권은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 3분기는 IB 관련 자산 손실이 551억원 발생했으며,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실사에 따라 4분기도 일부 손실 인식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증시 하락에 긴축 장기화 공포가 불면서 채권 수익 악화에 따른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증권사들은 4분기에도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여파로 실적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한 PF 대출 연체율 리스크도 문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권사 실적에 보탬이 됐던 거래대금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4분기 채권평가 손실 우려, IB 부문 실적도 정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