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손해율 내려가도 웃지 못하는 손보사…'보험료 인하' 딜레마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상생기조를 강조하며 전 금융권에 참여를 요구하는 가운데 손해보험업계가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인 추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상위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전월 77.8%와 비교해 0.5%포인트(p) 상승한 78.3%로 나타났다. 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 87.7%보다 9.4%p 낮은 수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비율로, 손해율이 80%라고 한다면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의 80%를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손해율이 낮을수록 보험사의 이익이 크다. 보험업계에서는 70% 후반~80% 초반이 적정 손해율로 여겨진다.
9월만 놓고 보면 이들 5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2.3%로 전월 80.8%에 비해 1.5%p 상승했다. 각 사별로는 △삼성화재 85.1% △현대해상 81.3% △DB손보 80% △KB손보 82.3% △메리츠화재 82.8%다. 9월 손해율이 오른 배경으로는 추석 연휴 등에 따른 차량 이동량 증가와 사고 건수 증가가 꼽힌다.
손해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수익 악화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당국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5559억원으로 2021년부터 흑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이동량이 증가했음에도 손해율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자 금감원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손해율이 상반기와 같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영업실적을 기초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험료 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보상기준을 합리화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보업계에서는 당국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구가 치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보사들은 이미 올해 2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차량운행량이 감소해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자동차보험료를 2~2.5% 인하한 바 있다. 당시 2% 이상을 인하한 데 이어 또다시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통상 겨울철에는 폭설 또는 빙판길 사고, 배터리 방전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사고 증가로 손해율이 상승하는데 벌써 보험료 인하를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손해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겨울철에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손해율 상승이 있어 보험료 조정은 연말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초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면서 인하 여력이 줄고 있다"면서 "손해율이 개선돼 수익이 오르면 보험료를 인하해야 하고, 손해율이 악화되면 수익이 감소하는 딜레마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하를 하지 않는 것과 인상하는 것은 다르다. 손해율이 악화된다고 해서 보험료를 올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가입자들의 반발은 물론 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당국이 상생금융 상품 출시를 주문했으나 상생금융 상품을 내놓은 보험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인하폭은 올초에 비해 적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당국의 상생기조에 업계가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보험사가 상생금융 상품을 마련하는데는 요율 산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보험료 인하로 국민 고통분담에 나서는 방식을 선택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다만 잇따른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인하여력이 제한된 만큼 인하폭은 1~2% 선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