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중금리 딜레마-②] 부메랑으로 돌아온 포용금융···건전성 악화 어쩌나
대출 성장·금리 상승에 이자 이익 증가 효과
시장금리 뛰면서 중저신용자 상환 능력 약화
인뱅들 연체율 상승···자산 건전성 악화 뚜렷
잠재 부실 우려 커져 대손충당금으로 방파제
불확실성 경계감 커도 “포용금융 이행 계속”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업계가 숙명과도 같은 ‘중저신용(중금리) 대출’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편의성·접근성을 무기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고금리 장기화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중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능력 약화로 자산 건전성이 위협받고 비용 부담도 늘고 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한 담보대출 확대에는 포용금융 외면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그동안 갈망해온 규제 완화 여부도 안갯속이다. 금융 혁신은 둘째 치고 생존이 우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뉴스투데이는 인뱅이 처한 위기와 돌파구를 3편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 기사 게재 순서
[인뱅 중금리 딜레마-①] ‘메기 기대감’ 속 급성장···총자산 100조원 목전
[인뱅 중금리 딜레마-②] 부메랑으로 돌아온 포용금융···건전성 악화 어쩌나
[인뱅 중금리 딜레마-③] “지속가능성 높여야”···내년 규제 완화 여부 촉각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은 은행권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고금리를 이기지 못한 한계 차주가 늘어나면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중저신용 대출을 늘려온 인뱅들의 충격 강도는 여타 은행들보다 강했다.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증가 등 건전성 지표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출범 취지인 ‘포용금융’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올 3분기 이자 이익은 각각 1156억원, 288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14.7%, 16.8% 증가한 규모다. 토스뱅크는 아직 3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2분기 이자 이익은 1318억원 수준이었다.
인뱅들의 이자 이익 증가는 여신 성장과 금리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3분기 말 기준 여신 잔액은 케이뱅크가 12조8100억원, 카카오뱅크가 37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1.0%, 34.9%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인뱅이 보유한 대출 자산에서 부실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 시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인뱅 3사 모두 작년보다 연체율이 상승했다. 은행 연체율이 오르는 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케이뱅크의 올 3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0.90%로 지난해 3분기(0.67%)보다 0.23%포인트(p) 올랐다. 카카오뱅크 역시 연체율이 같은 기간 0.36%에서 0.49%로 0.13%p 상승했다. 토스뱅크의 올 2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1.56%에 달한다.
같은 1금융권에 있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말 평균 연체율이 0.29%인 것과 비교하면 인뱅의 연체율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이는 중저신용 차주에 대출을 공급해야 하는 인뱅의 영업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인뱅들은 신용대출 잔액 중 일정 비중 이상을 중저신용 차주에 내줘야하는 의무가 있다. 중저신용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가 해당한다. 신용점수 때문에 대출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차주들을 인뱅이 포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올 3분기 신용대출 잔액 16조4000억원 중 중저신용 대출로 4조1000억원(28.7%)을 취급했다.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역대 최고치다.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중 26.5%를 중저신용 대출로 채웠고, 토스뱅크는 8월 말 기준 35.6%의 비중을 기록했다.
통상 중저신용자는 고신용자보다 상환 능력이 약한데,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저신용 차주들이 금리 상승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인뱅의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인뱅 3사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평균 1.20% 수준인데, 중저신용자만 떼어놓고 보면 2.79%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케이뱅크 4.13%, 토스뱅크 3.40%, 카카오뱅크 1.68% 순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NPL)도 증가 추세다. 카카오뱅크의 NPL 잔액은 지난해 3분기 809억원에서 올 3분기 1505억원으로,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올 2분기 기준 NPL 잔액이 각각 1239억원, 1266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별로 여신 구성이 가계대출이냐 기업대출이냐, 차주의 신용도 분포가 고신용이냐 중저신용이냐에 따라 건전성 지표도 차이나기 때문에 수치만 올려놓고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경기 예측 시나리오상 연체율 오르는 속도가 과도한 부분이 관찰되면 손실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초체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면 이익 지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잠재 부실에 대비한 방파제를 쌓아야 하는데, 모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최종 순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을 늘려도 건전성 관리가 안 되면 실적 성장에 제한이 따른다.
일례로 케이뱅크의 이자 이익과 비(非)이자 이익 합계는 지난해 3분기 1023억원에서 올 3분기 1156억원으로 13.0% 늘었는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규모는 256억원에서 13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 3분기 순이익 감소는 중저신용 대출 비중 확대에 따른 연체율 상승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전년동기(321억원) 대비 2배에 가까운 630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라는 게 케이뱅크 설명이다.
인뱅 업계는 실적 발표 등에서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점진으로 늘어난 데 대해 ‘포용금융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와 건전성 악화 등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내고 있다. 당장은 공격적인 영업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은 중저신용 대출 공급 확대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대출 상품에 대한 신용 정책을 개선하고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 등으로 자산 건전성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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