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12.15 08:19 ㅣ 수정 : 2023.12.15 08:19
물가상승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과 달리 주요 수출기업들은 엔저 열풍 힘입어 실적 호조 계속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1달러 150엔을 넘나드는 엔화 약세 덕분에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치솟고 있다. 주요 기업 77개사의 2023년 상반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8100억 엔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영업이익 증가분의 절반이 엔저효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해외생산이 늘어나면서 엔저효과는 10년 전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약해졌음에도 33년 만에 찾아온 엔화 약세로 뜻밖의 실적잔치를 벌이는 기업들이지만 일본 정부가 원했던 대로 사람과 설비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결과는 일본경제신문이 225개 주요 기업 중 4~9월 상반기 영업이익과 환율영향액을 함께 공개한 77개 기업의 자료를 집계하여 발표하였다. 이들 기업의 평균 거래환율은 1달러 당 141엔 정도로 작년 하반기 대비 7엔 가량 엔이 저렴해지면서 총 8129억 엔의 이익을 추가로 거두었고 작년 상반기 대비 20% 증가한 영업이익 중 절반을 차지했다.
참고로 작년 상반기에는 달러 대비 엔이 20엔 이상 급락하면서 약 2조 엔의 추가이익이 발생했는데 올해 역시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엔저로 인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중 눈에 띄는 곳은 단연 자동차와 기계, 전기 등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엔저로만 2600억 엔의 이익을 올려 상장기업들 중 최고액을 기록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 3150억 엔을 일부 상쇄할 수 있었고 스바루는 600억 엔이 넘는 영업이익의 80%가 엔저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엔이 더욱 약세를 보이며 1달러 150엔도 돌파한 상황이라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초 도요타자동차와 혼다자동차는 올해 하반기 환율을 1달러 140엔 정도로 설정했고 대형 가전메이커인 코마츠(コマツ)와 미츠비시전기(三菱電機) 역시 1달러 135엔 정도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왔다.
반대로 엔저가 역풍이 된 기업들도 있다. 매년 취준생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니토리 홀딩스는 수입 채산성 악화로 약 250억 엔 정도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JFE 홀딩스와 샤프 등 9개 기업을 모두 합치면 엔저로 인해 이들 기업에서만 800억 엔 가량의 영업이익이 사라졌다.
한편 엔저로 웃는 대부분의 기업들과 달리 서민들의 생활고는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총무성이 지난 달 24일에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기준 100)는 106.4를 기록하여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였다. 26개월 연속 물가상승인 동시에 4개월 연속으로 상승폭이 확대되었는데 정부의 전기 및 가스요금 보조가 10월부터 절반으로 줄면서 에너지 가격상승이 그대로 물가지수에 반영된 결과다.
특히 서비스 물가지수는 2.1% 상승하면서 1993년 10월 이후 30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였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상승이 물건을 넘어 인건비에도 전가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