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없다, 직격 인터뷰③]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병원 없으면 지역 붕괴 순식간, 의료기관 바로 서야"

최정호 기자 입력 : 2024.02.22 11:00 ㅣ 수정 : 2024.03.04 18:41

인천의료원, 의사 없어 인공신장실 2년간 비워두기도
한 달에 출산 한 명 있어도 산부인과 의사 3명 상주해야
의료는 돈벌이가 될 수 없어, 환자 상대로 돈버는 건 어려워
공공의대 설립 및 지역의사제 도입 통해 의사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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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단체와 비정부기구(NGO)를 중심으로 의사 수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의사 수가 부족한 데다 지역별 의료 수준 격차가 심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선진국보다 우리나라가 의사 수도 많고 의료 수준도 수준급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한 의사 수를 늘리자는 목소리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의사 수 부족으로 생기는 의료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의사 수 부족과 관련해 전문가 연쇄 인터뷰로 해법을 찾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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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실에서 만난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 [사진=최정호 기자]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지역 공공병원은 의사 수 부족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의사 수를 늘리려는 것은 이 같은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 의료기관 급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한 의사 수 늘리는 것에 대해 지역 공공 병원에게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10~15년 후에나 의사 수가 늘어나는 만큼 당장 혜택을 누릴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지역 공공 병원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현 인천광역시의료원장)은 "지역 사회는 의사를 구할 수도 장비를 마련할 여력도 없는 등 의료 환경이 좋지 않다"면서 "의사 수 늘리기를 반대하는 의사 단체들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대중을 현혹시킨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의사협회 소속인 그는 30여곳의 지방의료원을 대변하는 단체의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의사여서 의사부족에 따른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 고 있는 인사다. <뉴스투데이>는 21일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실에서 조승연 회장을 만나 의사 수 부족 실태와 해결책 등을 들어봤다. 

 

■ 필수 의료분야 인력부족, 10년 후엔 '시니어 의사'가 핵심 현실화

 

조 회장은 서울 5대 병원(삼성·서울대·연세대·강남성모·아산) 위주로 병원이 발달하다보니 대도시인 인천의 의료 환경은 좋지 않다고 말문을 텄다. 전남·경북보다도 인천이 뒤쳐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 말도 소개했다. 

 

일례로 인천광역시의료원의 경우 인공신장실이 2년 동안 운영하지 못하다 겨우 의사를 구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으로 순환기내과는 외례 진료만 보며 간신히 운영되고 있다.   

 

진료과목 마다 의사가 2명인데, 한 명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과를 운영하는데 차질이 생길 정도다. 일부 필수 의료 분야의 경우 정년퇴임한 '시니어 인력'을 쓰고 있는 게 냉엄함 현실이다.

 

조 회장은 "현재 외과의사 평균 나이가 53세인데 이는 젊은 의사가 없다는 얘기"라면서 "앞으로 10년 후면 시니어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 핵심 인력이 되는 기형적 구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광역시의료원은 백령도 병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어 지역 의료 불균형을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백령도에 치과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어 어렵게 의사를 구해 운영 중이다.

 

조 회장은 "예를 들어 치과의사 연봉이 1억5000만원이라면 백령도에 치과가 없을 때를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백령도 주민들이 인천으로 가서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게 지원해 주는 교통비가 치과의사 연봉의 몇 배"라고 꼬집었다.   

 

지역 병원은 첨단 장비를 구비할 여력이 없다. 지역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의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 정밀 검사하려 해도 장비가 없어 못한다. 결국 구급차 등을 이용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한다. 환자의 질병이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 그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환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모두 날리는 꼴이다.   

 

조 회장은 "지역에 병원이 없다는 것을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면서 "아프면 갈 병원이 없는데 그 지역에 누가 거주하려할까"라고 물었다. 

 

그는 "병원이 없으면 지역은 순식간에 망가진다"면서 "이는 의료기관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 "'의사 과잉' 우려의 목소리,  공공병원이 포용해야 할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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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료원은 2023년 12월 14일 인천 중구 무의도에 있는 용유 남북경로당에서 찾아가는 무료이동진료를 진행했다. [사진=인천광역시의료원]

 

출산율이 감소하다보니 산부인과 폐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방에는 산부인과가 없어 산모들이 서울로 원정 출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달에 한 번 신생아가 출산된다고 해도 산부인과 전문의 3명이 필요하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지방에 산부인과를 운영하려면 의사 3명의 인건비를 감당해야 된단 얘기다. 민간 병원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공공 병원이 책임져야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지역 공공병원의 의사 과잉과 임금 지급에 따른 국가 재정 낭비라는 비판도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의료는 공익성이 강하기 때문에 병원은 수익을 좇으면 안 된다"면서 "공공병원 산부인과는 1년에 신생아 출산이 한 번 밖에 없다 해도 운영해야 된다. 공공병원이 포용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의료는 수익성과 결부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외국에서 의사는 돈은 조금 벌지만 환자 진료에 헌신하기 때문에 존경받는 직업이다"면서 "환자라는 불쌍한 사람을 통해 돈을 버는 게 쉽지 않은데 돈 많이 버는 병원의 경영인은 칭송받고 적자 내는 공공병원 원장은 지탄의 대상"이라고 개탄했다. 

 

■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의사시장 대외 개방 등 통해 의사 확충해야

 

전문가들은 의사 수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한다. 공공의대 출신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를 전공해 지방 병원에서 근무하게 하는 형태의 제도를 만들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해법도 이들은 제시한다. 

 

의대 정원을 증원해 의사를 늘리면 비필수 의료 의사 집중 현상과 수도권 대형 병원만 발전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조 회장도 이에 대해 적극로 찬성한다. 그는  여기에 '의사시장' 개방과 같은 부수 장치들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럽의 경우 40% 이상이 외국인 의사인데 우리나라의  외국인 의사 비율은 0.3%이고 그나마 학생이다. 조 회장은 "1970년대 서울대 출신 의사들이 미국으로 가 열 시간 이상 씩 수술하는 고된 분야에서 일했다"면서 "이 중 절반은 우리나라로 돌아왔는데 미국에서 선진 의료 기술을 배워와 명의 대접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의사라는 직업을 외국인들에게 개방해야 된다"면서 "돈 버는 비 필수 의료 분야는 우리나라 의사가 일하고 고된 수술이 필요한 분야는 외국인이 하면 된다"고 예를 들었다. 

 

조 회장은 PA간호사 합법화와 의료 직군 종사자들이 클리닉(의료 기관)을 열 수 있게 하는 것도 의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PA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를 일정 부분 가져가면 필수 의료 분야에 의사들의 지원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의사가 독점한 간단한 클리닉 시술들도 의료인들이 할 수 있게 한다면 개원의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대 정원 증원이 의사 수를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의사 단체들은 "의대 정원을 갑자기 늘리면 교육 시스템이 못 따라간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조 회장은 "내가 서울대 의대를 다닐 때 정원이 250명이었는데 지금은 150명이며 교수가 더 늘었다. 지금 인력으로 교육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의대 규모가 작지만 재단이 튼튼한 학교의 경우 정원만 늘려주면 투자하겠다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 의사 단체를 비판하는 이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이 돼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의사들의 파업을 고민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사표를 내며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의료 공백 발생 초읽기 상태다.  

 

조 회장은 의사 수 늘리기를 반대하는 의사 단체들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으로 대중을 현혹시킨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의협의 주장이 모든 의사들의 뜻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 회장은 "의협은 의사 단체가 아니라 사실상 개원의(1차병원 원장) 단체기 때문에 직군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의협을 싫어하는 의사들이 많으며 협회비 내는 사람은 40% 밖에 안될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소신을 버리고 이권을 위해 정치질하고 서로 고소고발하니 의사들이 외면하는 것"이라면서 "평소 존경하며 친한 의사들이 변하는 것을 보자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조 회장은 의협에 소속된 의사이며 전국 30여개의 지방의료원을 대표하는 핵심 인사다.  

 

조 회장은 "의사들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집단인데 소위 '돈독'이 올라서 이기주의 끝을 보이고 있다"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의사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일갈했다.    

 

전공의들이 사표를 내며 집단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 조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는 전공의에게 의존하는 국가"라면서 "외국의 경우 입원환자를 교수가 전담해 관리하는 데 우리나라는 전공의가 한다. 외국 의사들은 외례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의료 처치가 필요한 입원환자를 전문의가 맡아야지 전공의가 전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입원전담 전공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환자들은 교수의 진료과목 또는 이름값 등을 따져보고 외례 진료를 선택한다. 교수를 만난기 까지 한 달이 걸리고 진료도 잠깐 보는 실정이다. 조 회장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해 "호객 행위와 다를 게 뭐가 있냐, 실력이 있는 교수가 입원 환자를 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의사를 늘리는 것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도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된 게 아니다"면서 "의대생과 전공의가 돈만 버는 의사가 됐을 때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이 싫어 의사 표현 없이 침묵의 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의학 학사 / 충북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 가천의대길병원 외과학 교수 / 인천적십자병원 외과 과장 / 인천적십자병원 원장 / 인천광역시의료원장 / 성남시의료원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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