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산은 자회사 되나…이익체력 제고로 매물 매력도 높인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자회사 편입을 검토 중이다. 건전성을 개선하고 매물로서의 매력을 올려 다시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산은은 KDB생명 지분 95.7%를 보유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 PEF)를 청산하고 매각 권한을 넘겨 받는 방식으로 KDB생명 자회사 편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CV PEF는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하면서 만들어진 펀드다. 산은 외에 칸서스자산운용, 코리안리, 금호아시아나, 국민연금이 참여했으며 산은은 KCV PEF 지분 7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펀드는 내년 만기가 도래하지만 그간 여섯 차례의 매각 실패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KDB생명의 매각이 성사되지 못한 원인으로는 재무건전성이 지목된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128.78%로 법정 규제 기준인 100%를 상회하나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K-ICS 경과조치를 적용한 것이어서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으면 60%로 법정 규제 기준을 밑돌게 된다. K-ICS 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인수희망자 입장에서는 KDB생명을 적정한 가격에 인수한다고 해도 건전성 개선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추가 자금 부담이 막대하다. 때문에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KDB생명 인수 후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왔다. 2018년에는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유일하게 참여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전성 불안이 지속돼 매물로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ABL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가 많아 매각 작업을 지속한다고 해도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은이 KDB생명 매각을 중단하고 자회사 편입을 검토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이 자회사로 편입해 KDB생명의 이익체력을 제고하고 매각 작업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KDB생명의 매각 성사에는 영업력 강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지난해 2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811억원에 비해 70.4% 감소한 수치다. 건전성과 수익성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매물로서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은의 지원을 통한 경영 정상화와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KDB생명은 그간 포트폴리오를 저축성 보험 위주로 구성해 수익성이 낮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 저축성보험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보장성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KDB생명은 △영업경쟁력 강화 △안정성 중심 자산운용 △재무건전성 확보 △업무방식 혁신 등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실현, 생보업계 과열경쟁 등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보험 수요자 중심의 영업전략 전환 및 보험 관련 서비스 시장 개척, 자산 구조조정 등을 통한 회생 변수 리스크 최소화, K-ICS 비율 제고 노력 및 중장기 수익성 확보를 위한 지표 관리, 성과중심 조직문화 개편 및 예산관리 강화 등 올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역략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 "자회사 편입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다른 출자자들과 의견을 모아야 하는 만큼 편입 안이 확정되는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