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5.03 01:10 ㅣ 수정 : 2024.05.03 01:10
테슬라 머스크 CEO 전기차사업의 핵심부서로 꼽혔던 슈퍼차저 충전사업 조직 폐쇄와 함께 관련인력 500명 전원 해고, 테슬라와 충전사업 협력하기로 했던 GM과 포드 등 다른 자동차업체들 망연자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예측이 힘든 경영자 중 한명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종종 허를 찌르는 경영스타일 때문에 테슬라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렸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독불장군식 경영스타일로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비판적 평가도 공존한다.
머스크는 최근 충전망 담당 인력 500명을 모두 해고시켜 업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충전망 사업은 전기차의 충전을 총괄하는 부서로 그동안 테슬라 내에서 핵심사업부문으로 인식됐는데, 난데없이 해당인력들을 모조리 내보낸 것이다. 테슬라 내부에서 “학살에 가까운 구조조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머스크의 결정은 충격 그 이상의 파장을 던지고 있다.
테슬라는 그동안 급속충전 시스템인 슈퍼차저 사업을 애지중지하며 키워왔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 사업에서 배터리 충전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머스크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충전 사업팀 전원을 해고시키자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궁금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능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사업부서팀이 해체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더라도 직장내 다른 부서로 전환시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머스크는 핵심부서 인력 모두를 해고시켰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충전사업팀 부서폐쇄와 함께 관련직원 전원에 대한 해고소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사내 이메일에서 급속충전 사업 부문 책임자인 레베카 티누치와 신제품 책임자 대니얼 호도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업계는 해고소식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급속충전방식의 슈퍼차저는 테슬라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뒷받침했던 핵심요소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는 관련회사들과 아무런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슈퍼차저 네트워크 계약업체인 불렛 EV의 안드레스 핀터 CEO는 “이번 결정은 슈퍼차저 네트워크에 올인하던 상황에서 충격적인 반전”이라고 말할 정도다.
자사가 만든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을 테슬라 방식으로 채택하고, 테슬라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 등 다른 업체들 역시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충전기 연결방식은 기존의 미국 표준인 CCS 규격과, 테슬라가 구축한 NACS 방식 두 가지가 있다. 테슬라가 이미 미국 전체 충전망의 60% 가량을 점유한 상황을 고려해서 GM과 포드 등 다른 전기차업체들은 테슬라의 NACS 방식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마당에 갑작스럽게 충전사업 인력 전부를 해고시켰으니 이들 자동차 회사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GM은 전날 성명에서 “테슬라 슈퍼차저 팀의 변화와 그 잠재적 영향에 대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새로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인력해고 소식과 함께 향후 슈퍼차저 사업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비용절감을 위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충전사업팀 전원을 해고하고 간소화된 운영팀을 새로 꾸리려는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분기 좋지 않은 성적표를 내놓은 머스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비용을 줄여 2분기 실적을 돌려놓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가장 손쉬운 인력감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밖에 없는 머스크의 다급한 처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미 머스크는 전방위적인 인력감축에 돌입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직원들을 해고한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테슬라는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한꺼번에 6000명의 직원들을 해고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머스크를 도와 회사를 이끌었던 핵심인사들도 줄줄이 떠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최고 인사책임자로 일했던 엘리 아레발로 역시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테슬라의 실질적 2인자로 평가받던 잭 커크혼 CFO가 지난해 돌연 회사를 떠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테슬라 내에는 머스크외에 누구도 해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