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 입력 : 2024.07.16 13:31 ㅣ 수정 : 2024.07.17 00:44
로또 번호 찍듯 얼렁뚱땅 정한 내년 최저임금 말썽 원인=정부 주도 임금 결정구조‧지나친 노사 신경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 정한 경우 단 7차례에 불과 이정식 장관, “전문가 참여하는 논의체 마련할 것”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열린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정하는 객관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소상공인과 근로자의 어려움을 감안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이인재, 이하 최임위)의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국가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이 마치 개별 기업의 노사가 임금 협상을 하듯 진행돼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장관은 "최저임금의 결정구조, 결정기준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돼 왔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제도와 운영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면서 "(다음해 최저임금) 최종 고시 이후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논의체를 구성해 근로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모두 고려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저임금 안 결정 이후 "올해도 합의가 아닌 표결로 최저임금이 정해진 것은 아쉽다"고 꼬집었다. 지난 37년 간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한 경우는 7차례에 불과하다.
이 위원장은 "지금의 결정 시스템으로는 합리적인 논의를 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면서 "제도 개편에 대해 심층 논의와 후속조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3일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 방안이 이른 시일 안에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고, 민주노총은 같은 날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변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정부 의지 그대로 반영한 ‘답정너’식 임금 결정 구조에 경영계‧노동계 불만 토로
경영계와 노동계는 공통으로 편향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역대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문제라는데 입을 모았다. 경영계는 공익위원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지난 2018년 쓴 논문에서 "정부의 공익위원 구성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직접 결정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이후 "최저임금 결정 체계가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계도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성명서에서 "노사가 공방을 벌이다 마침내는 공익위원이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다"면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도 공익위원의 답정너(답은 정했으니 너는 답만 해) 회의 운영과 제멋대로 산출식으로 휘둘렸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지난 13일 '실질임금 삭감한 편파적 공익위원에 분노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노동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끼워 맞추기 식으로 정부 의지를 반영한 최저임금 확정안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에서 "한국노총은 물가인상률 예상치 만큼인 2.6%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공익위원들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농락했다"고 일갈했다.
■ 경영계‧노동계 신경전 샅바 싸움에 실제 최저임금 논의 기간 짧은 게 큰 문제
올해 최임위는 총 11차례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최저임금 액수는 단 세 차례 회의만으로 결정됐다. 의원 선정과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등에 대한 경영계과 노동계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데 시간을 쏟으면서 정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액수 결정은 마치 로또 복권 번호 정하는 식으로 순식간에 끝내 버린 것이다.
이에 최저임금액수 결정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올해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영 악화를 완화하기 위해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 택시운송업, 체인화편의점,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기타 간이 음식점업 등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한 업종으로 하는 제시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으로 최저임금법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다고 강력히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