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엔데믹 호황 끝?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 수익 반토막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승객수 기준 유럽에서 최대를 자랑하는 유럽의 대표적 초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의 1분기 수익이 반토막이 나면서 주가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올들어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라이언에어의 순익 급감은 항공사들이 엔데믹이후 누렸던 호황이 끝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라이언에어는 전장보다 16% 이상 하락한 9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개장초 한때 20% 가까이 빠지면서 92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라이언에어는 코로나 여파로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2020년 3월 주가가 한때 44달러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코로나가 진정되고 엔데믹이 다가오면서 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주가는 지난 4월 8일 장중 150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날 급락으로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고 말았다.
라이언에어는 이날 2025 회계연도 1분기(3~6월) 세후이익이 3억6000만 유로(3억9200만 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5억3800만 유로를 크게 밑돌았다고 밝혔다.
마이클 오리어리 CEO는 “승객당 평균요금이 전년 동기 대비 15% 하락했다”며 “2분기 수요는 강하지만, 가격(요금)은 예상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대표하는 초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순익이 반토막 가까이 나면서 다른 항공사들도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라이벌인 이지젯을 비롯해 TUI, IAG 등은 4~9% 하락했고, KLM과 루프트한자 등도 약세를 나타냈다.
라이언에어의 순익 급감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 등으로 각종 비용은 오르는데, 요금상승이 거기에 못미치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라이언에어측은 당초 여름 성수기를 맞아 가격을 인상하고, 일부 초저가 좌석을 없애기로 하는 등 비용구조를 개선하려고 했으나 승객들의 반발에 부딪쳐 개선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는 항공기 운항공급을 급격히 줄이는 바람에 여행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수많은 항공사들이 요금을 높여 비용을 고객들에게 전가할 수 있었지만, 엔데믹으로 항공산업이 정상화되면서 고객들은 코로나 이전처럼 초저가 항공사들이 저가항공권을 더 많이 공급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간극 때문에 항공사들은 제때 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늘어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늘어난 비용은 순익 감소로 이어져 라이언에어의 경우처럼 순익이 반토막이 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보잉으로부터 주문한 항공기를 제때 인도받지 못하면서 여행수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항공기 인도 지연은 에어버스도 사정이 비슷하지만, 보잉의 경우 지난 1월 737 맥스 기종의 패널 추락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조치에 따라 항공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이 패널 폭발사고 이후 안전조치를 대폭 강화하면서 베스트셀러인 737 맥스 기종의 생산속도가 늦어져 항공사들에게 제때 주문한 항공기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항공기 인도 지연은 여름 성수기를 맞아 대규모 판촉전을 벌여온 저가항공사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마이클 오리어리 CEO는 “올해 보잉의 납품이 어느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에 예정된 납품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어 인디아 역시 보잉의 항공기 인도 지연으로 확장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