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파월 9월 금리인하 본격 담금질, 최대적은 트럼프?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8.02 01:08 ㅣ 수정 : 2024.08.02 01:08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9월 FOMC에서 금리인하를 의제에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하자 뉴욕증시 환호,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전 금리인하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 큰 변수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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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반도체관련주들은 31일(현지시간) 기록적인 폭등세를 나타냈다. 파월 의장이 이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인하를 의제에 올릴 수 있다”고 확인하면서 시장은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파월의 이날 발언은 금리인하와 관련해서 아주 비둘기파적이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매파적이라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스탠스를 보여주었다. 그는 “경제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한 것은 분명 금리인하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의 전제가 되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시장 냉각 여부를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발언은 금리인하가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조건부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시장은 이의 해석을 놓고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뉴욕증시는 긍정적인 쪽에 무게를 두고 급등한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부정적인 쪽도 무시할 수 없다며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시장은 9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여부는 경제쪽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변수가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후보)가 대선 전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시장은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100%로 보고 있다. 금리인하폭이 0.25%P가 될지, 0.50%P가 될지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릴 정도로 금리인하 방향에는 별 이견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연준이 그냥 무시하고 경제여건만 보고 금리를 인하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서 “연준은 금리를 인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트럼프로서는 금리인하가 통상적으로 집권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대선직전에 연준이 오해를 살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초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는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은 정치적인 사람이라서 금리인하를 추진하는 등 민주당을 도울 어떤 조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해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절대 정치적 집단, 정치인 또는 어떤 정치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해 대선을 고려해 금리인하 시기를 일부러 늦추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금리와 관련해서 민주당이 그동안 수 차례 인하를 촉구해온 점을 고려한다면,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여지는 충분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사퇴 전에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를 촉구해왔고, 바이든의 바통을 이어 차기 대선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한 금리인하가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란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연준 위원들이 정치적으로 민주당 혹은 공화당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는 파악된 게 없다. 다만 파월의 경우 연준 이사로 처음 임명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었지만, 연준 의장에 오른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작품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시절 종종 파월과 대립각을 세운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연준이 자신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파월을 해고하겠다는 엄포성 발언을 내놓았는가 하면, 실제로 파월 대신에 자기 말을 잘 듣는 사람을 차기 연준의장에 임명하는 방법을 백악관 참모들에게 물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일화다.

 

당시 트럼프가 얼마나 격분했는지는 트럼프가 파월을 겨냥해 ‘시진핑과 파월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라는 글을 트위터(현 X)에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파월이 공직에 발을 들여놓게 된 배경만 보면 공화당 인맥에 더 가깝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장관을 지낸 니콜라스 브래디가 추천해 37세의 나이에 재무부에 발을 들였고, 그 경력을 발판삼아 약관의 나이로 칼라일 그룹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그가 연준 의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트럼프 때문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재닛 옐런 의장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그의 후임으로 파월을 임명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투자업계에서는 파월이 친 바이든 성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통화정책과 관련한 그의 색깔은 비둘기파도 아니고, 매파도 아니다. 어중간한 중간색채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업계에서는 그를 올빼미파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파월은 금리인상 때문에 트럼프로부터 해고압력을 받았을 때도 “내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넘겼다. 9월 FOMC에서도 파월이 이런 입장을 고수하며 금리인하와 관련해서 경제적인 요인만 고려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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