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기대’에 시장금리 더 떨어지나...가계부채는 변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3회 연속 동결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내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이 긴축 완화에 돌입하면 시장금리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역대 최대 수준인 가계부채 억제 수단으로 대출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건 변수로 지목된다.
■ 시장 관심은 ‘연내 인하’ 가능성...물가 반등·부채 관리는 부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2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p) 인상한 뒤 같은 해 2월부터 현재까지 13차례 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시장의 관심은 연내 인하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르면 9월 중 첫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국은행도 긴축 완화에 돌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건 물가 반등 가능성과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2.6%로 4월(2.9%)과 5월(2.7%), 6월(2.4%)에 이어 4달 연속 2%대를 나타냈다. 다만 올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물가 향방에 변수로 지목된다.
특히 가계부채는 통화정책 선회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지난 3월 말 대비 13조5000억원 증가했다. 최근 부동산 거래 회복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만큼 당장은 증감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더라도 대부분 위원들이 수도권 주택 가격 등 금융 안정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경기 하방 충격 우려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당장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보다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한 이후에 단행하는 것도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 가계부채가 대출금리 하락도 막아...‘고금리 고통’ 언제까지
올 하반기부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이 같은 시장금리 하락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주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문턱을 높여 수요를 조절하겠다는 설명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39~6.72%로, 한 달 전(연 3.80~6.52%)과 비교해 상·하단이 모두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쓰이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 6월 3.52%에서 7월 3.42%로 0.1%p 하락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전체 대출금리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 사실상 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시장금리 하락분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이 같은 대출금리 조정이 금융당국 정책에 동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향후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시점 등이 대출금리 체감도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행이 주요 지표를 고려해 예상보다 늦게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고금리 고통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취급이 급격히 늘어나는 걸 사전에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린 거고, 여신 쪽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추가적인 조치를 계획 중”이라며 “미국이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한국은행도 뒤따라 인하한 뒤 가계대출 관리 효과가 증명되면 대출금리도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