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옥죄기 총력전…이복현 '시장 개입' 의식
KB, '수도권 소재 주택' 주담대 대출 기간 50→30년 축소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 '1억 원' 제한
MCI·MCG 가입 제한…대출 한도 축소 효과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주택 관련 가계대출 폭증을 진정시키기 위해 은행권이 주택담보·신용대출 만기와 한도 제한 조치에 나선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번 주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먼저 현재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택담보대출 대출 기간이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해서는 30년으로 일괄 축소된다.
주택을 담보로 하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한다. 지금까지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에는 한도가 없었다.
신규 주택구입 대출 시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 운영 중인 주택담보대출 거치 기간도 당분간 없애기로 했다.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기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도 막힌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지금까지 허용했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이날부터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조건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으로, 갭투자 등 투기적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또 신한은행 역시 플러스모기지론(MCI·MCG)을 중단했다.
은행권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권 이자 장사 경고'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추세와 관련해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서는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권이 대출 공급 줄이기를 구체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규제 노력이 상당히 효과를 보는 것 같다면서도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이나 DSR 적용 범위 확대 등 보다 구체적인 대안들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집값 상승과 가계 대출 폭증 우려를 해결하려면 금융당국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을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보고, 이를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경제란 가격이 오르면 공급업자들이 생산을 늘려 가격을 안정화시키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생산을 줄여 가격이 안정된다"며 "정부가 강제적으로 대출 규제를 확대하면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정부는 주택 공급을 꾸준히 하는 대신 부동산 정책은 시장 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은행도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담대와 전월세대출 금리 추가 인상을 시작한다.
카카오뱅크는 26일 주택담보대출(혼합, 변동) 금리를 0.50%포인트(p), 전월세대출 금리를 0.10%p∼0.50%p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3일부터는 주담대 상품에 '5년 주기형 변동금리'를 신설할 계획이다. 5년 주기형은 대출 실행 후 5년마다 금리가 달라지는 상품이며, 기존 5년 고정형 혼합금리 상품은 판매가 중단될 예정이다.
앞서 은행권은 대출 금리를 일제히 올려왔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두 차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갈아타기(대환)·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도 제한했다. 이어 이달 2일과 7일, 20일 연달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였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15일, 22일, 29일과 이달 7일, 16일, 21일 등 여섯 차례에 걸쳐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더 나아가 신한은행은 전세를 낀 주택 매입을 위한 투기성 대출을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