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부당대출에 M&A까지' 금융당국 전방위 압박...경영진 거취 ‘촉각’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우리금융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등을 조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고강도 정기검사를 다음 달 실시한다. 금융당국은 정기검사를 앞당겨 우리투자증권의 출범 과정과 최근 우리금융이 인수를 결정한 보험사 M&A 과정까지 들여다보기로 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금감원의 압박에 현 경영진 거취에도 시선이 쏠린다. 최대 관심사는 올해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도전 여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일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정기검사를 안내하는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재무건전성, 운영 리스크 등 리스크 관리 전반을 면밀하게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차주에 616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은 이 중 350억원에 대해 통상 기준과 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당대출로 의심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금감원은 우리은행뿐 아니라 우리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계열사에도 20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부당대출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과 본점과 영업점 직원의 대규모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여론은 점점 더 부정적이다.
이번 정기검사 결과가 현 경영진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2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도전 여부는 이달 말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이달 말쯤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에는 CEO(최고경영자) 경영권 승계절차를 개시해야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강경한 조치를 시사한 만큼 조 은행장 본인 스스로 거취를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는 다음 달 초부터 약 한 달 간 이뤄질 예정이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은행에 대해 정기검사를 실시하는 건 2021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초 금감원은 내년 초 정기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겼다.
다음 달로 일정이 당겨진 배경에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의혹과 은행 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 배임 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 금감원은 부당대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벌여왔는데, 이 현장검사를 정기검사로 확대한 모양새다. 정기검사에 투입되는 검사 인력은 현장검사 대비 3~4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계열사 전반의 여신 취급과 내부통제 체계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털 등으로 조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고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통제상 취약점과 지배구조체계상 경영진 견제기능 미작동 등을 면밀히 살피고 적극 감독하겠다”며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해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기검사의 핵심은 경영실태평가다.
경영실태평가는 내부통제,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으로 항목을 나눠 각각 계량, 비계량 평가를 하고 등급을 매긴다. 이 중 내부통제 비중은 올해부터 15%로 대폭 확대됐다.
최근 동양생명·ABL생명 등 보험사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우리금융은 현행법상 금융당국으로부터 자회사 편입 승인을 거쳐야 한다.
현재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2등급으로 심사 요건을 충족하지만 이번 정기검사에서 금감원이 3등급 이하를 부여할 경우, 보험사 인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보험사 인수·합병(M&A)의 적정성을 들여다보고, 우리금융이 인수·합병 후에도 자본비율 적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게 최선”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