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메시지’ 엇박자‧혼선…“은행 자율” 정리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은행권 대출 정책이 연일 바뀌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아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은행 개입’을 시사했는데, 이와 달리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금융당국 간 메시지도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메시지 정리에 나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하향 안정화시켜서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 기본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계부채 부담이 누적되면 거시경제에도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에도 불안 요소가 된다”며 “그런 악순환을 유발하지 않도록 가계부채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규제 방식에 있어서는 은행들의 자율적인 관리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처럼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갖고 통제하기 보다는 개별 금융회사가 리스크 수준, 차주의 특성 등을 평가해 투기적 수요를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 센’ 은행 개입 의사를 내비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메시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 위원장이 수습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도, 금감원이 이에 따라 조처하는 부분도 넓은 의미의 시장 개입”이라며 “시장 개입이라는 용어보다는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다. 이는 정부나 감독당국의 책무”라고 해명했다.
이어 “어느 부분이 강조되는지에 따라 메시지 충돌이나 혼선이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전체 흐름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양 기관 인식 자체에 차이가 없다”며 “앞으로는 확고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 아래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조율해 메시지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금감원장의 ‘관치 발언’이 도를 넘었고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일자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제동 걸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세와 관련해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며 “은행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유주택자의 수도권 전세대출 제한 등 규제책을 경쟁적으로 펼쳤다.
실수요자 대출 제한으로 인한 현장 혼란이 가중되자, 이 원장은 간담회까지 열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실수요자들에게 대출 제약은 안 된다”며 은행권의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급등세가 정책 실패의 결과라는 평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DSR 2단계 연기와 정책금융 확대 등의 조처는 정부가 당시 상황에 맞게 바람직한 정책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며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두 달이나 연기해 가계대출 수요를 부추긴 점이 가장 아쉽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과 관련해선 “‘실수요자’의 범위를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히 해야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